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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이 업황 부진에 빠진 건설기계 부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재건 수요라는 '단비'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러-우 전쟁 마무리를 위한 논의가 점차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건설기계 부문에서 재건 수요를 기회로 삼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2.0 재계 희비] 트럼프 러-우 전쟁 종식 압박, 정기선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단비' 기대](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1/20250119202053_206860.png)
▲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
12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해외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안을 맡은 키스 켈로그 특사가 오는 2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24시간 이내 러-우 전쟁 종식’을 공언해왔다.
선거전 공언처럼 즉각적 전쟁 종식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나의 자랑스러운 유산은 평화중재자이며 통합자일 것”이라며 “우리의 힘은 모든 전쟁을 끝낼 것이고 완전히 예측 불가능해진 세계에 통합의 새로운 정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켈로그 특사를 임명해 전쟁 종식 임무를 맡기면서도 직접 이와 관련한 업무를 감독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각) 공개된 뉴욕포스트와 단독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렸다.
통화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후 켈로그 특사의 키이우 방문 계획이 세워지는 등 종전 논의 진행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를 향한 ‘당근책’도 검토했다고 알려졌지만 꾸준히 경제적 압박을 통해 러-우 전쟁 종식을 종용해 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불사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사정권 안에 포함돼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경제 회복을 위해 강조해온 ‘유가 하락’ 역시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을 압박한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유지하면서 실제 종전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이를 놓고 국내 건설기계 업계는 모처럼 호재가 찾아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다.
이에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전쟁 재건 수요를 통해 대형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와 두 사업회사의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2021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이듬해 HD현대그룹은 HD한국조선해양을 중간지주사로 두는 조선사업, HD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사업과 함께 HD현대사이트솔루션 중심 건설기계사업을 3대 핵심 축으로 삼았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CES 2024’에서 HD현대그룹의 기술력을 육상 건설현장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했다.
앞서 2022~2023년 CES 행사에서는 조선 부문 미래 전략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던 정 수석부회장이 건설기계 부문 육성을 얼마나 챙기는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에너지 부문 실적이 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리는 상황 속에서 건설기계 부문은 그룹의 모태인 조선 부문이 호황기에 접어들기 이전까지 그룹의 실적을 방어하는 데 견실한 역할을 해왔다.
건설기계 중간지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4644억 원, 2023년 7242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영업손실 3556억 원, 2023년 영업이익 2823억 원을 나타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매출 규모가 8조 원대, HD한국조선해양 매출 규모가 20조 원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HD현대그룹은 건설기계에서 우수한 수익성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4천억 원 이상을 낸 가운데 HD현대사이트솔루션 영업이익은 다시 4천억 원대로 하락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글로벌 긴축이 장기화하면서 건설기계 시장 업황이 크게 악화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잠정실적 기준으로 HD현대건설기계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1904억 원, HD현대인프라코어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1842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각각 26.0%, 56.0% 축소된 것이다.
두 사업회사 모두 선진시장인 북미·유럽의 수요 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2.0 재계 희비] 트럼프 러-우 전쟁 종식 압박, 정기선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단비' 기대](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1/20250102144524_44506.png)
▲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현지시각으로 2024년 1월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조연설에서 '사이트(Xite)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하고 있다. < HD현대 >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말 HD현대그룹에서 현재 직책으로 재차 승진하면서 오너경영체제를 더욱 단단히 하는 시점에서 HD현대그룹 건설기계 3사가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하반기 우크라이나 키이우 현지에 대표 사무소를 개소하면서 현지 재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밑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중장비를 대량 조립할 제조 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사무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서부에 통관 및 물류허브, 건설기계 교육센터 구축 등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지사는 전후 복구지원을 위한 현지 지방정부 및 기업 소통채널 역할을 한다"며 "최근 지사에서 건설기계 교육센터 건립 등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으며 그외 사업들은 검토 단계로 아직 구체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건설기계 업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제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건설기계 수혜 정도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다만 HD현대건설기계가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에서 15%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재건사업 규모에 따라 실적 반등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HD현대건설기계가 전쟁 종식 이후 과거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러시아에서도 판매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분석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D현대건설기계를 놓고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과거 15%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했기 때문에 재건 수요가 실적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대 가능한 매출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전쟁 장기화에 따라 축소됐던 유럽의 인프라 투자 예산 증액과 러시아 내 판매 재개에 따른 실적 성장을 주목해 볼만하다”고 바라봤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관련해 “재고 축적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분위기를 빠르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재해 복구와 러-우 종전 이후 러시아 판매 재개 및 우크라이나 재건 등이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고 구체적 현실화 시기와 규모를 꾸준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HD현대건설기계는 과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사업에서 수요를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