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직무정지에 대한 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회견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전대표가 민·형사상 고발 등 사실상 '2라운드' 돌입도 예고하고 있어, '조기대선 준비'에 한창인 이준석 의원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 전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혼란을 막고자 바로 그날 자발적으로 대표실을 비우고, 천하람의 대행직 수행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그런데 이준석과 천하람 의원 등은 이러한 제 결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제가 '대표 직인과 계좌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관리한 채 잠적했다'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등 '확인 사살'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라 권력을 사유화하고 원칙을 저버리는 정치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가처분 과정에서 당 회계상 문제 있는 부분들을 상당수 발견했고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허 전 대표는 이날 아침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라이브 방송에서 이 의원을 둘러싼 금전적 의혹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허 전 대표는 방송에서 "지난 총선 공보물 제작에 정의당이 8페이지에 12억 원을 썼는데 개혁신당이 4페이지에 17억 원이 들어갔다"이라며 "개혁신당이 거의 3배 가깝게 쓴 셈인데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를 치를 때 돈이 필요한데, 개혁신당은 공당"이라며 "세비를 받아서 움직이는 곳인데 그 돈을 유용한다면 그건 아주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허 전 대표는 방송에서 이 의원이 특수관계인에게 총 1억5천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횡령·배임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허 전 대표 측은 4일 이준석·천하람 의원이 22대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 등에서 당비를 부당하게 사용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의혹 등이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공익제보했다.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2025년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전 대표의 이 의원을 향한 공세는 7일 법원 가처분신청 기각 결정으로 당 대표직을 상실하면서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결정으로 개혁신당 내홍이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허 전 대표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는 모양새이다.
이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세 확장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기회를 얻도록 대표직에서 물러났으나 결과가 아름답지 못해 안타깝다"며 "'조고각하'(발 밑을 비춰 봄)의 자세로 제가 있는 자리를 돌아보고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정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허 전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 의원에게 필요한 것은 조고각하가 아니라 개과천선(잘못을 뉘우치고 고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과거 이낙연 전 새로운미래 대표와의 통합 후 11일 만의 결별 과정이 결국 돈 때문이었다면, 이는 가치와 비전이 아닌 이해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전 대표가 이날 '결사항전'의 의지를 확인했다.
허 전 대표는 '뉴스공장' 방송에서 "이준석 의원 얘기를 지금 하게 됐고 지금은 제가 그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앞으로 저는 끝까지 갈 것이고 끝까지 가서 부패 혐의를 덮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처분 기각에 불복해 즉시항고에도 나선다.
허 전 대표의 항전 다짐에 이 의원 쪽은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자신의 대선 가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6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대사를 치르려면 자기 울타리부터 깨끗하게 정리해 놓고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근데 지금 뭐 하는 난리인지, 대선 가도에 스스로 재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열릴 조기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개혁신당 최고위원회는 10일 대변인단도 새로 꾸렸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동훈 수석대변인, 문성호 대변인, 임승호 대변인이 개혁신당 대변인단으로 합류했다.
이 의원은 '포용과 인내'라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이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도 당을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는 모든 인사들에게 인내와 포용의 마음을 베풀어주시길 제안하고 싶다"며 "저는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에게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포용과 인내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해주시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무지수이다.
이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이미지가 깎여 있는데, 여기서 더 '흠집'이 나면 이 의원의 몸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허 전 대표의 항전이 거세진다면 자신이 국민의힘 대표에서 쫓겨난 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허 전 대표를 사실상 쫓아냈다는 비판도 무게를 더할 수밖에 없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5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과거 (이 의원이 몸담았던) 바른미래당에서도 당내 분란이 있었고 국민의힘에서도 갈등이 있었잖나"라며 "이런 게 쌓이다 보니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