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결단 길어지는 임종훈, '4자연합'은 주총서 해임 추진 가능성

▲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굳힌 4자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본격화함에 따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사진)의 해임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운데)가 2024년 11월28일 서울시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였다.

경영권 분쟁의 다른 축인 ‘4자연합(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킬링턴 유한회사)’이 승기를 굳힌 만큼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 임종훈 대표의 대표직도 위태로울 가능성이 크다.

31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날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신동국 회장의 개인회사 한양정밀과 장외거래로 한미사이언스 주식 3%(약 760억 원, 205만여 주)를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임종윤 이사와 4자연합 사이에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당시 임종윤 이사는 4자연합에 자신의 지분 가운데 5%를 주당 3만7천 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나머지 물량에 해당되는 2% 지분(약 506억 원, 136만7831주)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데팡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킬링턴 유한회사가 인수한다.

애초 27일에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해당 날짜가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31일로 거래가 연기됐다.

이로써 임종훈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애초 제약업계에서는 임종윤 이사가 4자연합에 지분을 넘기면서 임종훈 대표도 지분 일부를 넘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임종훈 대표와 4자연합 사이에 협상이 생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4자연합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대해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한 만큼 임종훈 대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제약업계에서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4자연합은 이날 임종윤 이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54.42%를 보유해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4자연합 단독으로 임종훈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 안건을 처리하기는 부족하지만 우호지분까지 고려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면 임종훈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월24일 기준으로 9.27%로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해도 26.86%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임종훈 사이언스 대표와 임종윤 이사 형제 측 지분은 24%대로 내려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임종윤 이사가 이사회에서 4자연합의 손을 들어준다면 임종훈 대표의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진다.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한미사이언스 결단 길어지는 임종훈, '4자연합'은 주총서 해임 추진 가능성

▲ 올해 한미사이언스(사진) 정기 주총에서 전문경영인이 한미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될 가능성이 나온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현재 10명으로 기존에는 4자연합측 인물 5명, 임종윤·임종훈 형제측 5명으로 구성된 상태였지만 임종윤 이사가 4자연합에 지분을 넘기면서 4자연합측이 유리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4자연합이 구성됐을 당시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해왔던 만큼 임종훈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이어갈 가능성은 낮다.

4자연합은 임종윤 이사의 지분을 매입할 당시 “전문경영인 중심의 지속가능한 경영체제 구축 등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글로벌로 힘차게 전진하겠다”며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뿐 아니라 송영숙 회장은 지난해 7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약품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종훈 대표측 관계자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4자연합측과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