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오른쪽)가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스타게이트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 시장 선점을 둘러싸고 일론 머스크 xAI 설립자에 소송까지 당하는 등 여러 견제를 받고 있다. 이에 트럼프에게 줄을 서 방어전을 펼치려 하는 것으로 풀이가 나온다.
30일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종합하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및 개인 기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라인 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21일 스타게이트 설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공을 치켜세웠다고 CNN 등은 전했다.
올트먼은 또한 트럼프 취임식에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며 줄을 대려고 시도했다. 구글이나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기업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점과 또렷히 구분된다.
이처럼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에 줄을 대려 노력하는 배경에는 인공지능 경쟁사인 xAI 설립자 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계속해서 견제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우선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구상에 “그들은 실제로 그만큼의 돈이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미국 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에 최대 5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머스크가 시작도 전에 찬물을 끼얹고 나선 셈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에단 몰릭 경영학 교수는 “머스크가 오픈AI에 비판적인 이유는 인공지능 시장 경쟁에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머스크는 오픈AI를 겨냥한 소송전도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 연방법원에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30억 달러(약 18조6147억 원) 투자를 받아 인공지능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최근 지적했던 내용이다. 머스크가 미 정부 기관의 의견을 등에 업고 오픈AI 견제에 나선 모양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도 냈는데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오클랜드 법원에서 2월4일 심리가 열린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일 미국 워싱턴D.C. 캐피탈원아레나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천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머스크는 이미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목됐던 비벡 라마스와미 사퇴에 입김을 넣었다는 분석까지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머스크가 법원 판결을 직접 좌우할 권한은 없지만 오픈AI에 압박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사라 프리아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머스크가 인공지능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소송을 무기로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픈AI에게 영리 법인 전환은 중요한 과제이다.
기존에 비영리 법인 구조로는 수익 상한선이 걸려 있어 인공지능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사용 및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픈AI는 2024년 10월 66억 달러(약 9조4735억 원) 규모 자금을 유치했을 때 투자사에 2년 내로 수익 제한을 풀겠다고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샘 올트먼이 머스크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적 기부와 미국 내 인공지능 대규모 투자로 트럼프 대통령 호감을 사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날인 19일 샘 올트먼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인공지능 산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올트먼의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