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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임병용 GS건설 사장 |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우선적으로 인사카드가 흔히 동원된다.
이때 두 갈래 길의 선택과 마주한다. 왕년의 인물이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밑에서 신진인사를 발탁해 기업의 키를 맡기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왕년의 인사는 경험이 통할 수도 있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지 미지수다. 신진인사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언정 불안감이 높아진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 위기를 넘기는 사례들도 많다. 대우조선해양과 GS건설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 모두 업황이 어려운 중에도 위기의 파고를 넘어가고 있다.
◆ 현장중시 영업통 고재호가 만들어낸 귀한 흑자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 국내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매출이 3조9590억 원, 영업이익이 103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2.6%를 내면서 조선업종 전반에 퍼진 ‘마이너스 성장’ 우려를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대우조선해양의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80억 달러에 육박하는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까지 안정적 실적과 수주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사와 달리 양호한 실적을 낸 이유는 일회성 비용이 없었던 데다 해양 특수선 부문에서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선방에 고재호 사장의 공이 크다. 그는 사장에 취임한 뒤 현장을 중심으로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고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초로 사장에 올라 ‘샐러리맨 우상’으로 불린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에 34년 동안 몸담았다. ‘해외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고 사장은 2012년 사장에 취임했다. 그가 최고경영자에 오른 데에 그의 이런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 줄곧 현장에서 뛰었고 해외영업에서 성과를 내온 만큼 대우해양조선의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고 사장은 취임 이후 현장을 특히 강조했다. 조선업의 중심이 상선에서 해양플랜트로 변하는 상황에서 현장만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열쇠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절반 이상을 현장인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보낼 만큼 현장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이런 노력이 24년 연속 노사 무분규 기록을 낳기도 했다.
고 사장은 또 독자기술을 키울 것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평소 “단순한 선박을 만들지 말고 설계까지 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자세 덕분에 위기상황에서 더욱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 사장은 기술력을 강화해 선박뿐 아니라 방산업계에서도 선두주자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군함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특수성능연구소’도 세웠다. 고 사장은 “연구소를 통해 확보된 함정기술로 국가 해양전력을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을 위해 ‘글로벌 R&D센터’를 서울 마곡에 2017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고 사장은 ‘호시우행’을 경영철학으로 내세운다. 호랑이 눈처럼 날카롭게 결정을 내리되 일단 실행하면 소처럼 우직하게 하라는 의미다.
고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실적 덕분에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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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노르웨이 선사인 오드펠로부터 수주한 화학제품운반선의 명명식을 했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벤트 다니엘 오드펠 전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 홍인기 초대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 |
◆ 변호사 출신 재무통, 임병용의 위기탈출 리더십
GS건설은 최근 잇따른 해외수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GS건설은 2분기 매출 2조3665억 원, 영업이익 111억 원을 기록했다. 1조 원에 이르는 지난해 영업손실을 모두 털어내고 무려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말 293%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도 243%로 낮췄다.
GS건설 하반기 실적전망도 다른 건설사에 비해 긍정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 수익성이 양호한 해외사업이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없다면 2014년 경영목표 달성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올해 초 GS건설 사업전망을 할 때만 해도 하반기쯤에나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그런데 상반기까지 따낸 해외수주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조 원을 달성하면서 흑자전환을 앞당겼다.
GS건설의 이런 회생은 임병용 사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6월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명수 사장의 퇴진이라는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임 사장은 취임 후 ‘변호사 출신의 재무통’답게 꼼꼼한 경영스타일을 보였다. 그러면서 회사에 위기를 가져오는 비효율을 하나씩 손보기 시작했다.
임 사장은 ‘재무총책임자(CFO)출신 CEO’로 경영효율성을 특히 중시했다. 먼저 무조건적으로 따낸 해외 저가수주 관행에서 탈피했다. 기존의 공정관리를 강화해 실질적으로 이익이 나는 해외수주 프로젝트에만 집중했다.
임 사장은 조직도 과감히 개편했다. 해외사업총괄-경영지원총괄-국내사업총괄로 삼등분돼 있던 조직을 ‘CEO 직할체제’로 바꿔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했다.
임 사장은 회사가 위기라고 무작정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대신 현장에 임원들을 배치해 현장 상황을 면밀히 알아가는 데 활용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여름휴가 대신 싱가포르 터키 인도 등을 찾기도 했다.
임 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다. 1986년 사법고시에도 합격해 검사로 1년 동안 일하다 LG구조조정본부에서 상임변호사로 일했다. 1998년부터 37세 나이에 LG텔레콤에서 마케팅상무를 맡다가 2001년 돌연 회사를 그만뒀다.
임 사장은 “작은 기업에서 단계적으로 CEO로서 검증을 받아보고 싶다”며 중소기업에서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러다 2004년에 GS 사업지원팀장으로 들어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임 사장은 평소에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밤 비행기를 주로 이용한다. 출장자료도 직접 챙겨 임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다.
임 시장은 이제 취임한 지 1년이 막 지났지만 GS건설 내부에서 건설회사 CEO로서 인정받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임 사장은 정통 건설맨은 아니지만 소위 재무통으로 회사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며 “회사가 힘들 때 CEO 역량을 발휘하면서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