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CEO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틱톡과 인텔 등을 대상으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고 외부 투자자를 대거 끌어모을 역량도 갖추고 있어 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일론 머스크가 틱톡 인수를 원한다면 지지할 것”이라며 이미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동영상 플랫폼 틱톡 미국 사업권을 일론 머스크에 매각하려 한다면 이를 승인할 뜻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답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에서 틱톡 서비스 중단 또는 매각을 명령한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이전부터 꾸준히 비판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틱톡이 미국 사업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하며 일론 머스크가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자연히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인텔마저 일론 머스크의 인수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증권사 JP모간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 등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여러 기업의 반도체 수요를 고려한다면 인텔 인수는 논리적으로 가능성 있는 선택지라는 분석을 전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 및 데이터서버 분야에서 고성능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일론 머스크가 눈독을 들일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으며 대규모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전체 또는 일부를 매각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두 기업의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것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미국 사업권 매각을 중국과 수입관세 등 논의에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중국이 이를 거절한다면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틱톡 인수를 추진한다면 중국 당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공산이 크다.
틱톡이 보유한 다수의 이용자 기반과 데이터 등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및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X와 시너지를 낼 잠재력도 상당하다.
▲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일론 머스크가 인텔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산업 기조에 발맞춰 미국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한편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과 협업도 강화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는 예산 효율화와 인공지능 산업 정책 등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이나 인텔 인수가 추진되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정치적 영향력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현재 X)를 인수하거나 xAI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막대한 외부 투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역량도 증명했다.
틱톡 미국 사업권의 매각가는 현재 400억~500억 달러(약 57조~72조 원) 사이로 추정되며 인텔 시가총액은 21일 종가 기준으로 940억 달러(약 135조 원) 안팎이다.
포브스가 집계한 1월 기준 일론 머스크의 자산 규모는 4326억 달러(약 621조 원) 가량으로 트위터를 인수할 때처럼 대부분의 자금을 자신의 재력으로 충당할 수 있다.
오라클을 비롯한 다수의 대형 IT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와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틱톡이나 인텔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수에 힘을 보탤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론 머스크는 아직 틱톡이나 인텔 인수와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언론과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는 이미 실현 가능성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투자전문지 팁랭크스는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일론 머스크의 야망을 고려한다면 인텔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증권사 번스타인은 일론 머스크의 인텔 인수설에 회의적 시각을 전하며 당분간은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인텔 주식 투자를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기업 친화를 앞세워 시장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이 추진되도록 유도하는 정책 방향성을 예고했다. 당분간 틱톡과 인텔을 비롯한 여러 기업의 매각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반독점규제 당국 인선은 인수합병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투자자와 기업들의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