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공조수사본부에 체포돼 이곳까지 호송됐다. <연합뉴스>
그동안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가 난항에 휩싸이면서 악영향을 받았던 원달러 환율과 대외신인도도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탄핵사례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본격화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우리 경제도 안정을 되찾아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자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뒤 원화가치는 상승했고 국가부도 위험을 평가하는 CDS 프리미엄 지수도 하락한 바 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 채권자가 구매하는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를 말한다. 해당 국가의 신용 위험이 커지면 CDS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일어났던 2016년 11월 CDS 프리미엄은 55.0bp로 급등했다가 탄핵 뒤 내려간 바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비슷한 패턴이 나올 공산이 크다.
12·3 비상계엄 선포 뒤 원달러 환율은 요동치기 시작해 한 때 1470원을 넘어섰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영업활동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 왔다.
이처럼 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를 수입해 재가공한 뒤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제조비용 상승으로 충격을 받게 된다.
산업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실질실효 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명목환율에 물가지수를 반영해 계산한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손실이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현대경제연구원,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을 비롯한 경제연구원들은 한국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했었는데 이런 위험 요소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진 15일 코스피는 2520선을 회복하기도 하면서 상승흐름을 타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상승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세계 금융투자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진척 여부를 한국 정치경제시스템의 정상화 잣대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미국 CNN은 윤 대통령의 체포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지난달 윤 대통령의 충격적 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몇 주에 걸친 정치적 대립에 변곡점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국회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대내외적 위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채비를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체포를 두고 "안타까운 일이다"며 "이제 민생과 경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우려하던 충돌 없이 법집행이 진행돼 다행이지만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며 "국회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민생안정을 위한 국정협의회의 조속한 가동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 측에서 체포에 반발하고 있는 점은 아직 남아있는 정치적 불안요소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되면서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무효인 영장에 의한 강압적 절차 진행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체포를 지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한국이 당면한 정치적 위기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짚었다.
영국 BBC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으로서 체포됐다"며 "하지만 이것이 위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되는 정치 드라마의 또다른 단계일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