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내실다지기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도입한 간기능 보조제 ‘고덱스’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가 초기 안착에 성공한 만큼 올해 판매 본격화에 기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주 종근당 올해는 내실다지기 주력, 신약 개발 '될성부른 떡잎'에 집중

▲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수익성 확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국내 5대 제약사(유한양행·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녹십자)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신년사로 경영 효율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2일 시무식에서 “올해는 경영효율의 극대화를 목표로 현실적 전략 수립과 실행에 집중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대 제약사의 신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공략과 신약 개발이는데 이와 결이 다른 방향성을 강조한 셈이다. 

물론 다른 제약사들처럼 신약 개발은 물론 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은 차세대 모달리티(의약품이 표적을 타깃하는 방법)를 위한 자체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언급했지만 경영 효율화라는 말을 유일하게 꺼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실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종근당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710억 원, 영업이익 1117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5.89%, 영업이익은 54.72% 줄어드는 것이다.

노바티스에 1조 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받은 계약금이 2023년 실적에 포함됐기 때문에 기저가 높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신호다.

오너가 경영 효율화를 언급한 것은 전문경영인인 김영주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이 경쟁력인 제약사에서 경영 효율화라는 것은 결국 연구개발의 축소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은 제약사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런 투자를 마냥 줄이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이 지난해부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약 후보물질 임상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모두 15건의 임상시험승인을 받았다. 2023년 24건과 비교해 37.5% 감소했다.

종근당이 2018년부터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매년 20건 이상의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임상을 진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승인 건수 감소는 의미는 적지 않다.

임상시험 과정에서부터 ‘될성부른 떡잎’을 가려 기술수출이나 유망한 신약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비용 가운데 임상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임상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피시험자를 모집해 투약부터 추적관찰까지 진행해야 하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필요한 환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23년 종근당이 연결기준으로 지출한 연구개발비 1513억 원 가운데 25.5%인 387억 원가량이 임상시험에 사용됐다.

기존 신약개발 연구를 포기하기 힘들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사장에게 중요한 것은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종근당 올해는 내실다지기 주력, 신약 개발 '될성부른 떡잎'에 집중

▲ 종근당(사진)이 지난해 도입한 고덱스와 펙수클루 판매가 올해 본격화되면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제품뿐 아니라 지난해 판매를 시작한 '도입 상품'과 관련해 큰 기대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도입 상품은 다른 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의약품을 가져와 판매하는 것으로 판매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얻게 된다.

자체 제품이 수익성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종근당의 자체 제품 매출이 낮다는 점에서 도입 상품 판매도 수익성 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 기준으로 높은 매출을 거둔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은 각각 1017억 원, 770억 원 매출을 냈다. 프롤리아와 아토젯은 모두 종근당의 도입 상품들이다.

반면 대표적 자체 제품인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는 같은 기간 매출 120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종근당 입장에서 보면 도입 상품은 개발사에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야하는 만큼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 매출을 장담하는 상품이라면 수익성 향상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도입한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면 수익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셀트리온제약과 계약한 고덱스는 지난해 매출 469억 원을 냈다. 대웅제약과 계약한 펙수클루는 같은 기간 매출 47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펙수클루의 경우 종근당이 이전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국내 판매를 맡았다는 점에서 영업망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기 유리한 상품이기도 하다. 실제 종근당이 지난해 4월 도입한 펙수클루는 2분기 매출 65억 원에서 3분기 188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종근당 관계자는 “올해 도입상품인 프롤리아, 타크로벨, 텔미누보 등의 성장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