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출범에 미국 '배터리 벨트'서 우려 커져, 현대차 SK온 영향권

▲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기업 투자가 집중된 미국 배터리 벨트 지역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 뒤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온과 포드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투자가 집중되는 ‘배터리 벨트’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정책 변화 가능성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공약대로 전기차와 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 지원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기업의 고용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각) “배터리 벨트 거주자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지원 정책이 불확실해지면서 자신들이 버림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SK온과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이 들어서는 켄터키주 글렌데일은 원활한 공장 가동을 위해 수처리 설비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벌여 왔다.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는 다수의 노동자 거주지를 마련하기 위한 주거시설 구축과 소방설비 증설 등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렌데일을 비롯한 미국 내 다수의 배터리 벨트 지역이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바라봤다.

바이든 정부가 수백억 달러의 금전적 지원을 앞세워 미국 각지에 다수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유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지원이 축소되거나 철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삼성SDI 등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가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지역은 대부분 과거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지만 현재는 쇠락한 곳이다.

각 주정부 및 지방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설비 구축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약속한 뒤부터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결국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지역들은 배터리 벨트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고용 및 경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까지 미국 중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330억 달러(약 194조 원)의 투자 프로젝트가 계획됐고 10만9천여 명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집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미국 '배터리 벨트'서 우려 커져, 현대차 SK온 영향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규모 인센티브를 약속한 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를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되며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주도하던 포드와 GM 등은 최근 수익성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어 정부 지원 없이는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포드가 SK온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켄터키에 제2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점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예고한 대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관련한 인센티브 정책을 대폭 축소한다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조사기관 CRU그룹은 바이든 정부의 지원 정책이 미국의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전기차 1대당 4천 달러(약 583만 원) 가량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만약 이러한 지원이 사라진다면 전기차 제조사들은 원가 인상분을 자동차 판매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과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을 고려한다면 미국 정부가 관련 분야에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원 정책이 현행대로 유지되면 2028년까지 정부 지출은 780억 달러(약 113조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론 머스크가 지휘하는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해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적극적으로 예산 삭감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결국 배터리 벨트 지역에서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가 불러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와 포드, GM과 토요타 등 자동차 기업은 물론 SK온을 포함한 배터리 업체의 투자가 모두 트럼프 정부 정책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당선인은 자동차 관련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모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지원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