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IRA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 트럼프 취임 뒤 폐지에 더 힘 실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을 자신하며 정책 시행에 속도를 내지 않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성과도 미완성 상태로 남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에서 이를 폐지하려는 노력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산업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실제 성과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기존 공약대로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등 분야에 정부 지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완전히 폐지하는 데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논평을 내고 “바이든 정부 경제정책이 남긴 유산(legacy)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며 “임기 중 이를 추진하는 속도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드노믹스’로 불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은 사회 안전망 확대와 취약계층 중심의 노동시장 재편, 기업의 반독점 행위 방지를 비롯한 규제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지원법으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배터리와 반도체 등 영역에서 미국 내 공급망 강화가 중점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시도가 차기 정부에서 거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다수의 정책이 미완성 상태로 끝을 맺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을 기대하고 다음 임기에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데 따라 거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민주당 의원들의 투표만으로 통과된 데다 공화당이 이를 유지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아 결국 축소나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과 친환경 에너지 관련 지원금 등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미국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한 만큼 이는 관련 절차를 거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일반 대중의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최근 진행한 미국 유권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을 내놓은 비중은 24%에 그쳤다.

19%의 대상자는 부정적, 24%는 복합적 영향을 느꼈다고 대답했으며 16%는 전혀 영향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17%는 이와 관련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법이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부터 4년에 걸쳐 추진해 온 핵심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비해 대중의 여론은 싸늘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바이든 정부 IRA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 트럼프 취임 뒤 폐지에 더 힘 실려

▲ 1월20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욕타임스는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시장 중심의 정책과 정부의 개입이 잘못 뒤섞인 정책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수혜 기업은 극소수에 그치고 부유층이 인센티브를 대부분 차지하는 등 모순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논평을 전했다.

기후 변화가 취약계층에 전기요금과 주거비 인상 등 실질적 타격을 미친 반면 이들과 관련한 지원은 사실상 부재했다는 점도 해당 정책이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이유로 꼽혔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바이든 정부의 환경 정책은 에너지 비용 절감과 주거 안정화, 대중교통 확대 등 실제 생활과 밀접한 지원 정책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바라보는 대중의 여론도 트럼프 정부 및 공화당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이를 폐지하는 절차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 화석연료 기업들의 협의체인 AFPM은 현지시각으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날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친환경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생산 확대도 주요 공약으로 앞세우고 있는 만큼 이들의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삼성SDI, 포스코퓨처엠과 한화큐셀 등 다수의 한국 기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정부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혜택을 노려 미국 내 생산 투자를 확대해 왔다.

이미 지급이 마무리된 투자 지원금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생산 및 고용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추가 보조금 등은 트럼프 정부에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차기 정부와 공화당이 자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를 유지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정부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는 상징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씽크탱크 브루킹스는 “트럼프 정부에서 행정명령과 입법, 예산 삭감 등 수단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를 시도할 수 있다”며 다수의 주가 수혜를 보는 에너지 효율 인센티브와 같은 일부 정책을 제외한 대부분이 폐지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