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첫 실적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시 '맏형' 역할 가능성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국내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여러 방면에서 가늠자가 역할을 할 것이지만 증권가에서는 다소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실적발표 영향에 쏠리는 눈, 주가 박스권 교착에 무게 두는 증권가

▲ 증권가의 삼성전자 목표가 줄하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주가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직전 거래일 대비 2.76% 상승마감했다.

직전 거래일 미국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상승마감하자 이날 국내증시 반도체주도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데 더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구축에 8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뜨거워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순매도액 25조 원 가운데 삼성전자만 22조 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자들도 삼성전자를 최근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외국인투자자는 4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끊고 3일과 이날 연이어 삼성전자 보통주를 각각 345억 원어치, 94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제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 잠정실적을 오는 8일 발표한다. 

다만 삼성전자의 2024년 4분기 실적에 대해서 시장의 눈높이는 줄곧 낮아져 왔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9조 원대였는데 최근에는 7조 원 중반까지 하향됐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도 같은 기간 8조 원 중반대에서 7조 원 초반까지 줄어들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등에서 아직 본격적인 AI 반도체주로 발돋움하지 못했으며 기존 메모리반도체의 전방 수요 반등이 여전히 불투명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업체들의 메모리반도체 가격공세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증권가 목표주가도 일거에 낮아졌다. 국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에 다소 긍정편향적인 시각을 지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DB금융투자(9만 원->7만9천 원), KB증권(8만 원->7만 원), 대신증권(8만5천 원->7만8천 원), 유진투자증권(7만7천 원->7만5천 원), 하나증권(9만5천 원->8만4천 원), DS투자증권(9만3천 원->7만7천 원), 상상인증권(8만5천 원->7만7천 원), SK증권(8만6천 원->7만7천 원) 등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줄하향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의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더 내리지는 않을 거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가 선반영된 가운데 현재 자사주 매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저점을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고 의미있는 반등을 논하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저가 매력은 유효하지만 SK하이닉스 등 기술 우위에 있는 반도체주들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 매수 유인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AI 등 최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혁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올해 삼성전자 주가가 횡보세를 보일 거란 의견이 주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조정 마무리 국면이며 체질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 박스권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는 전통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개선 지연으로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며 “주가 반등에는 기술 경쟁력 복원과 HBM 공급량 확대 및 HBM 신제품 시장 조기진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하락에 대한 압력은 제한적이나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재 상승 동력 또한 제한적이다”며 “당분간 주가는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수요 회복이 확인되거나 HBM의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발표 영향에 쏠리는 눈, 주가 박스권 교착에 무게 두는 증권가

▲ 2025 CES의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에 단기적으로 주가상승 기대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다만 삼성전자에 단기적인 호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곧 미국에서 개막하는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이어 상기된 것처럼 시장 전망치를 웃돈 ISM 제조업 지수가 단기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ISM 제조업지수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업황과 밀접한데 특히 휴대폰, 컴퓨터 등 개인 소비자들의 내구재 수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CES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충분한 전자제품들이 공개된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올해 전통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ISM 제조업지수는 반도체 수출증가율과 매우 밀접한데 올해 내구소비재와 관련된 전통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