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정국 와중 환율 1500원 '적색경보', 수출 공급망 대책 '발등의 불'

▲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가 머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와 수출 공급망 대책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에 따른 정국 불안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며 수출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외신인도 하락 속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 경제의 근간인 수출의 공급망 구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속도감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26일 재계와 학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수출중심의 우리 경제에서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사태 속에서 대외신인도 하락과 불확실성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 위험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계엄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 1460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1500원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은 기업의 줄도산과 금융기관 폐쇄, 대량 실업을 초래했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시킨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환율은 최고 1962원,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최고 157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한국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 실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탄핵정국 속에서는 정책 운영의 주체에 공백이 생긴 만큼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 와중 환율 1500원 '적색경보', 수출 공급망 대책 '발등의 불'

▲ 2024년 12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환율은 달러 결제가 많은 수출기업들에게는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기업은 원자재를 수입해서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핵심을 담당하는 반도체 산업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커질 공산이 크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경우 장비와 설비를 반입할 때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무라증권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중국의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공급확대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단공정 경쟁력 약화,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등으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정유업계 역시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고 있다. 고환율은 해당 업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의 원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23년 에너지 관련 수입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714억 달러 규모다. 환율이 1300원 초반대에서 1450원까지 약 100원 가량 오른 현 상황에서는 17조 원 이상의 금액이 더 필요한 셈이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 역시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급등이 반갑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제1차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2025~2027년)을 최근 내놓은 것도 최근의 상황과 관계가 있다.

이 기본계획은 △경제안보품목 수급 안정 △공급망 회복력 강화 △경제안보 기반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내 위상확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2027년까지 55조 원이 넘는 재정 및 금융지원을 추진해 2030년까지 경제안보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통령 탄핵정국 와중 환율 1500원 '적색경보', 수출 공급망 대책 '발등의 불'

▲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부정적 상황 속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공급망 안정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적극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YTN '뉴스 스타트'에 출연해 “한국경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전에도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이 가계흑자익(세금과 이자를 내고 남은 처분가능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나머지)과 건설투자 증가율 등 여러 경제지표의 감소세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이와 같은 저성장 기조가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이 부분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을 정부뿐 아니라 국회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바라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외환 당국의 적극적 통화개입을 비롯한 환율 안정 정책을 진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대외 협력관계를 확대해 공급망 안정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국회에서는 여야 쟁점이 없는 경제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대한상의 회관에서 최근 열린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 초청 간담회에서 "최근 대내외로 높아진 불확실성으로 한국경제 성장전망이 저평가 되고 있다"며 "정부는 예정된 경제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국회는 기업부담 법안을 자제하면서 쟁점 없는 경제지원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