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2-16 15: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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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한국조선해양이 주주환원율 30%를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지난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이 지주사 HD현대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증가,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지분승계를 위한 상속세 재원이 채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자금 원천으로 조선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조선업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2019년 출범 후 처음으로 주주환원율 30%를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최근 밝히면서다. 이에 따라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HD현대 그룹 조선 계열사들의 HD현대 배당액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HD현대에 대한 지주사 배당금은 곧 정 부회장의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엔 그룹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 배당금을 주로 책임졌는데, 최근 석유화학 시항 악화로 배당금이 줄어드는 대신 HD한국조선해양이 새로운 배당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HD한국조선해양과 증권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HD한국조선해양의 주주환원은 최근 조선업 호황에 따라 그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향후 HD한국조선해양의 예상 현금배당은 △2024년 2810억 원(1주당 3200원) △2025년 4610억 원(6500원) △2026년 5770억 원(8200원) △2027년 6400억 원(9100원) 등이다. 올해부터 4년간 배당 총액은 1조9590억 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13일 발표한 주주환원계획은 배당금과 자사주매입·소각을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위해 매출을 2027년 34조 원, 자기자본이익률을 12%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상선, 특수선, 엔진, 해양·에너지, 신사업(연료전지) 등의 각 사업 부문별 경쟁력 강화 전략도 함께 내놨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출범 이후 실적부진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HD현대의 배당 수익 대부분은 HD현대오일뱅크가 책임졌다. 하지만 HD현대오일뱅크 실적이 최근 악화하면서 지주사 배당액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 230.7%, 순차입금 126.0%을 기록했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가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 폴리머 공정 투자에 따른 대규모 자본적 지출에 더해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3500억 원에 이르는 배당지급이 회사 재무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가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올해 3분기까지 23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37억 원에 비해 45.9% 감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HD현대 배당액은 2021년 1508억 원, 2022년 2838억 원, 2023년 4137억 원으로 매년 상승했으나, 올해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가 지난 10월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담보로 26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도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배당금이 줄어 단기 유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의 주주환원이 강화된다면 HD현대에 더 많은 배당이 유입될 전망으로, 정 부회장은 이를 재원으로 지분 승계를 위한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가치는 16일 종가기준으로 1조6500억 원 가량이다. 정 이사장이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학술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
향후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승계 시 증여·상속세 납부재원을 주로 HD현대의 배당으로 마련할 것이란 게 재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와 각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서 받는 보수, HD현대 현금배당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다만 보수금액은 2023년 기준 6억2600만 원 수준으로, 현금배당이 그의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HD현대 주식 2101만1330주(26.6%)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가치는 1조6500억 원 안팎으로, 정 부회장이 이를 전부 상속할 경우 예상 세액은 8천억 원이 넘는다.
정 부회장은 2025년도 임원인사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실질적으로 그룹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HD현대 지분 승계를 마치면 명실상부한 HD현대그룹의 오너 경영체계를 완성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