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취임 뒤 5년간 1,3조 멋대로 투자,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야"

▲ MBK파트너스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은 발표를 하고 있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MBK파트너스는 10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2019년 취임한 이후 5년 여 동안 약 1조3천억 원을 개인 친분 회사 투자 등 헛되이 사용하면서 기업가치를 하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단독 경영체제를 멈추고, 집행임원제 도입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악화한 고려아연 재무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밝혔다. 

내년 1월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고된 가운데 MBK파트너스는 전체 주주가치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의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회장 중심의 기업지배구조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고려아연 주주가치는 물론 기업가치까지 급속 하락 중"이라며 "고려아연 주가는 2019년 초까지 동종 업계 대비 견조한 성장 추세를 이어갔지만, 2019년 3월 최 사장 취임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고 동종 업계 주가 회복기에도 경쟁기업들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주가 추이는 2022년 말 최윤범 회장 취임 후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더욱 악화해 연 –5.8%로 역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년간 고려아연 총주주수익률(TSR)이 꾸준히 하락했고, 특히 최 회장 취임 직후인 2023년 한 해 동안 -5%로 전환한 점을 MBK 측은 강조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KOSPI200) 인덱스(22%)는 물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동종산업 인덱스(13%)에 비해서도 현저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또 고려아연 주주수익률 하락의 직접 원인이 회사 자금의 지속적 누수에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투자자본수익률(ROC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3년간 지속 하락했는데, 최 회장 개인 친분이 있는 사모펀드 출자, 본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투자, 제대로 된 검증이 있었는지 의심되는 일부 신사업 투자 등으로 인해 회사 자본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렇게 집행된 금액이 2019년 최윤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총 38건, 규모로는 약 1조3천억 원으로 추산됐다"며 "이 투자 대상 회사들 대부분이 누적 당기순손실을 시현 중이며, 투자 원금 회수 가능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연이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시도를 비판했다.

고려아연이 고금리 차입을 대규모로 일으켜 실시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달리, 회사의 보유 현금을 소진하고, 잔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대표적 사례였다고 MBK 측은 주장했다. 

MBK 측은 "지분 2%를 소유한 최 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자, 주주가치를 내세우며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드러냈다"며 "그러나 이어 바로 고려아연을 국민기업으로 만들겠다며 2조5천억 원이란 전무후무한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깜짝 발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발표로 주식시장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고, 고려아연 주주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했다"며 "그 결과 회사의 현금은 바닥이 나고, 고금리 차입 영향으로 기업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공개매수 전 2조 원에 가까웠던 회사 현금은 1750억 원으로 90%가 줄었고, 고려아연 미래가치를 보고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당순자산(BPS) 10.2%, 주당순이익(EPS) 3.6% 수준을 희석시키는 부정적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채비율이 이전 대비 29.1% 악화되는 등 우량하던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주주가치의 훼손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임원에 의해 신속하고 효율적 업무 집행이 가능하게 하고, 감독형 이사회가 효과적 업무 감독과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아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선진적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MBK 측은 주장했다. 이사회에는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뿐 아니라 2대 주주인 최 회장 측도 참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우선 주주환원 방안으로 △'주식 액면분할'을 통한 거래 유동성 증대 △주주 환원책의 실제 이행을 위한 '보유 자사주의 전량 소각' △현금 배당을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실시하기 위한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리사주조합이나 제3자 등 우호 주주에게 처분할 우려가 제기되며, 진정한 주주 환원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 실질적 주주환원을 이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주주 참여방안으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 주주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선임토록 하는 근거 규정 마련 △주주권익보호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소수 주주의 이익이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명문화된 위원회로 격상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원아시아 펀드 출자,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같이 무분별하고 검증 안 된 투자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며 △ESGᆞ양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해 ESG와 양성평등의 경영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