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계엄 선포 및 해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는 시각이 많은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가중돼 향후 국가 신용등급마저 하락해 투자가 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불참에 따른 투표불성립으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통과 무산 이후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 도입을 예고한 것을 비롯해 각국이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수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가 성장 둔화에 빠졌다는 시각이 많은데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까지 변수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기준 직전 분기 대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크게 밑돈 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출은 0.4% 뒷걸음질쳤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경제는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증가 및 저출산 그리고 부동산 가격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처해 있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내 정치적 위기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실물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씽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계엄과 탄핵으로 마비된 정국이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바라봤다.
계엄과 탄핵 충격이 원화 가치를 지속적으로 떨어뜨리거나 변동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금융당국이 수입물가 안정을 포함한 경제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외환 보유고를 풀어 환율을 방어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환차익을 노리고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9일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2원 오른 1435.4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비상계엄 해제로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5일부터 이날까지 상승 추세를 타는 모습이다.
▲ 컨테이너 화물선이 11월24일 부산항 남동부 터미널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국 금융시장에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모양새다.
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매튜 아태지역 책임은 CNBC를 통해 “윤 대통령의 탄핵 또는 사임 여부가 빨리 판가름나야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12월3일 오후 늦게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6시간여 만인 지난 4일 오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불참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서 불성립했다.
야권은 탄핵이 성사할 때 까지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이 이어지면 국가 신용도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했다가 해제하는 과정 및 이후 탄핵 국면까지 아직은 헌법 질서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해외투자자 인식이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계엄 사태가 한국의 경제 및 신용도를 당장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해 경제에 여파가 미치면 신용평가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포함한 주요 노동조합 또한 내란 피의자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라는 점도 한국 경제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를 아래에 두고 있다. 금속노조는 자동차와 철강 및 조선과 기계 등 수출 중심 금속산업에 19만 명 조합원을 보유한 전국 단위 노동조합이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와 해제 및 이후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이 수출 제조업과 내수 및 금융시장에 혼란을 키워 한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 선포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5100만 명 한국인이 나눠서 지불하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