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소추안 투표불성립 이후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조에 나섰지만 역풍이 거세다.

보수층 일각에서도 한 대표와 한 총리의 ‘한·한 체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면서 정국 수습보다는 혼란만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정 주도에 '제2 내란' 비판, 탄핵정국 수습 안 되고 혼란만 키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시도한 국가내란이 더 큰 위기로 번져가고 있다”며 “여당은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으로 쓸데없는 이야기하지 말고 토요일(14일) 탄핵안 의결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주도의 ‘한-한 체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에서는 한 대표 중심 체제를 놓고 '제2의 내란'이라고 거세게 날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군 통수권과 외교 분야까지 대통령이 직무에서 배제될 것이란 입장을 밝히면서 자신과 한 총리와 1주일에 1회 이상 만나 국정공백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직무정지가 되지 않을 상태에서 법률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는데다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의 존재를 그대로 놔둔 채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 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음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다른 나라의 정상이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를 대표할 사람으로 한 총리와 한 대표가 만나는 일도 부적절한 모양새로 비쳐질 공산이 크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총리는 독자적인 행정부 통할권도, 공무원 임명권도, 법령심의권과 외교권도 행사할 수 없고 무엇보다 군통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지금 군통수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 있다”고 답했다.

변호사 출신인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에 정한 탄핵, 직무대행 절차를 밟지 않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 특히 외교권을 빼앗는 것은 위헌”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대표가 주도적으로 정국을 끌어가는 상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표출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니(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라며 “그건 탄핵 절차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당내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아직 국정운영에서 배제되지 않았으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 도중 취재진과 만나 “누구도 헌법과 법률이 아닌 이상 대통령의 권한을 직무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 진행자인 배승희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안 보였을 뿐이지 국정 운영을 하고 계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구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힌 뒤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사이에 원내대표 선임을 두고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사퇴의사를 표명했으나 의원들이 재신임했고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퇴의사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추 원내대표 대신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더라도 현역 의원들만의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당내 세력구도를 고려할 때 친한계 측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탄핵 통과 막겠다’ ‘직무정지가 필요하다’ 등 모호한 말들로 입장을 바꾸면서 당내 의원들 사이에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정 주도에 '제2 내란' 비판, 탄핵정국 수습 안 되고 혼란만 키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긴급 의원총회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진성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KBS라디오 무등의아침에서 “지금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이 물러나고 권한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발언의 해석을 두고 당내 권력 투쟁을 오히려 더 첨예하게 하는 양상”이라며 “추 원내대표 재신임이 한 대표를 향한 중진들의 항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상설특검법안과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하는 일반 특검법안을 발의하는데 만일 이 법안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면직 수용과 함께 여전히 국정운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말한 대로 윤 대통령이 모든 분야에서 ‘직무정지’된 상태라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하지만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한 대표와 한 총리의 체제가 국민들을 속이는 ‘기만적’ 행태에 불과하다고 공세를 펼 태세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일반 특검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확실시되고 그 거부권이 행사되면 지금 한동훈, 한덕수, 국민의힘 등이 이야기하는 대통령 직무정지가 얼마나 허위인지 국민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한 대표의 국정 수습책은 지금까지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진단이 고개를 든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9일 MBC라디오 뉴스바사삭에서 “어느 누구도 한 대표에게 ‘질서 있는 조기퇴진’이나 국무총리와 국정을 챙길 권한을 부여한 적이 없다”며 “헌법과 법률에 없는 권한 남용으로 내란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도 “한 대표의 선택은 정치적으로도 최악”이라며 “원칙도 없이 마치 대통령이 자신에게 권력을 이양한 듯한 모습을 보였고 친윤계는 한 대표를 쫓아내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