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바이오 업계가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원/달러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외 신인도 하락이 예상되면서 투자 냉각기가 기존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당장 해외 임상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정도로 유동성 압박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00원 대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저녁 10시23분경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하면서 4일 새벽 4시반 비상계엄령은 해지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원화 가치가 낮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입장에서 보면 환율 상승은 호재다. 대부분 해외 고객사들을 상대로 공급을 하고 있어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들어오는 만큼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약개발 중심의 바이오 벤처들에게는 임상이나 컨설팅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라가 버리면 바이오 회사들로선 글로벌 임상을 하거나 글로벌 컨설팅을 할 때 지불되는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 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기적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12월1일 출범했는데 출범한 지 3일 만에 계엄 여파로 정상적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고 부위원장에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부총장을 포함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20여 명의 전문가들이 민간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 과기부, 농림부, 산자부, 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 10명과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으로 구성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맡아 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위원회 출범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계엄 사태를 보면서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 만큼 아젠다와 함께 구체적 정책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투자 훈풍이 불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하반기부터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였는데 추가로 금리가 또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부터 주요 정책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해왔다.
바이오분야는 신약개발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금리가 인하되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탈부문 바이오파트 이사는 11월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세미나에서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벤처의 제약바이오분야 투자는 1년 전보다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미팅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도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를 비롯한 다른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이 예상되면서 투자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한국 정부 신용도 기반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S&P는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는 즉각적 변동성 확대 억제에 도움이 됐지만 투자심리가 정상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종료된 덕분에 당장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되지는 않았지만 정치 불안이 앞으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업계는 기업공개(IPO) 등을 활성화하면서 투자 기지개를 펴고 있었는데 이번 계엄 사태로 찬물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월에만 신약개발 등 바이오 관련 업체만 3곳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벤처들의 코스닥에 입성한 곳이 2곳에 그친다는 점에서 조금씩 활기가 돌고 있다는 뜻이다.
이승규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산업계 입장에서 국가 브랜드 회복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원/달러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외 신인도 하락이 예상되면서 투자 냉각기가 기존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의 비상 계엄령 선포 이후 바이오관련 투자 냉각 가능성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당장 해외 임상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정도로 유동성 압박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00원 대에서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저녁 10시23분경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하면서 4일 새벽 4시반 비상계엄령은 해지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원화 가치가 낮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입장에서 보면 환율 상승은 호재다. 대부분 해외 고객사들을 상대로 공급을 하고 있어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들어오는 만큼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약개발 중심의 바이오 벤처들에게는 임상이나 컨설팅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올라가 버리면 바이오 회사들로선 글로벌 임상을 하거나 글로벌 컨설팅을 할 때 지불되는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 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기적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가 12월1일 출범했는데 출범한 지 3일 만에 계엄 여파로 정상적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고 부위원장에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부총장을 포함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20여 명의 전문가들이 민간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 과기부, 농림부, 산자부, 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 10명과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으로 구성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맡아 바이오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위원회 출범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위원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계엄 사태를 보면서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 만큼 아젠다와 함께 구체적 정책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바이오업계도 투자 해빙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은 픽사베이 바이오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투자 훈풍이 불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하반기부터 고금리 기조가 한풀 꺾였는데 추가로 금리가 또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부터 주요 정책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해왔다.
바이오분야는 신약개발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금리가 인하되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진다.
우정규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탈부문 바이오파트 이사는 11월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세미나에서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벤처의 제약바이오분야 투자는 1년 전보다 증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미팅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면서도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를 비롯한 다른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이 예상되면서 투자 위축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적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글로벌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한국 정부 신용도 기반에 대한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S&P는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는 즉각적 변동성 확대 억제에 도움이 됐지만 투자심리가 정상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종료된 덕분에 당장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되지는 않았지만 정치 불안이 앞으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업계는 기업공개(IPO) 등을 활성화하면서 투자 기지개를 펴고 있었는데 이번 계엄 사태로 찬물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2월에만 신약개발 등 바이오 관련 업체만 3곳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바이오벤처들의 코스닥에 입성한 곳이 2곳에 그친다는 점에서 조금씩 활기가 돌고 있다는 뜻이다.
이승규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산업계 입장에서 국가 브랜드 회복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