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희 롯데하이마트 2기 '케어'에 방점, 가전 교체 주기 딜레마 해답 찾을까

▲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돼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가전업계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 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롯데하이마트를 이끌면서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가전 제품의 특성상 교체 주기가 길다는 점에서 부진을 극복할 방법을 온전히 찾지 못한 셈이다.

남 대표는 구독형 경제 도입과 자체브랜드 상품 강화 등으로 두 번째 임기 성과를 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롯데하이마트 움직임을 살펴보면 남창희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2번째 임기를 맞아 ‘가전 교체 주기’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통해 경영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전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와 집콕 문화의 확산으로 가전제품 수요가 급증했으나 이후 수요가 감소하며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 1위 탈환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003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1.6% 감소하며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영업이익은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가전 시장 성장률은 -10%를 기록했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14%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롯데하이마트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가전제품의 긴 사용 주기다.

가전제품은 한 번 구매하면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하는 특성이 있어 시장 성장의 한계를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팬데믹 기간 급증했던 가전 수요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감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남창희 대표는 7월 기업투자자 설명회(IR)에서 이러한 시장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핵심 전략을 발표했다.

남 대표는 해당 설명회에서 롯데하이마트를 단순한 가전 판매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우선 남 대표는 가전 교체 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고객 생애주기 맞춤 케어 서비스’를 강조했다. 기존에는 상품 구매로 거래가 끝났지만 이를 상품 서비스 부문으로 확장해 긴 교체 주기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롯데하이마트는 가전수리, 가전클리닝, 가전이사·재설치, 가전보험, 인테리어 등 다양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생애주기를 전반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구매 주기에만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2기 '케어'에 방점, 가전 교체 주기 딜레마 해답 찾을까

▲ 롯데하이마트의 자체브랜드 ‘하이메이드 김치냉장고’가 3일 롯데홈쇼핑 방송에서 1시간만에 530여대가 판매되며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


올해부터는 기존 서비스에 노약자 돌봄, 방재, 방범, 펫케어 등 고객 안전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한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며 서비스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남 대표는 기업 설명회에서 "고객이 가전제품에 대해 경험하는 모든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케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렌탈 및 구독 서비스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상태다.

렌탈 모델은 고객이 필요에 따라 최신 제품을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긴 교체 주기로 인해 정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구독 서비스도 가전제품의 주기적인 관리 및 교체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긍적적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고 가전 시장 침체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는 고객 생애주기 맞춤 케어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최근 렌탈 및 구독 서비스의 이용률이 높아지며 중장기적으로 고려해볼 여지는 있으나 아직까지 언급할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남 대표가 자체브랜드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도 가전 교체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읽힌다. 고가의 가전 제품은 가격에 비례해 사용 기간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전은 교체 결정을 내리기가 더 용이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며 1~2인 가구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글원’ 시리즈는 냉장고와 청소기 등을 20~3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며 시중 제품보다 교체 주기가 짧아질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인 ‘싱글원 UV살균 스테이션 청소기’는 출시 한 달 만에 초도물량 2천 대가 완판됐고 5월에 선보인 ‘싱글원 냉장고’ 역시 출시 보름 만에 초도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자체 브랜드 ‘하이메이드 김치냉장고’는 3일 롯데홈쇼핑 방송에서 1시간 만에 530여 대가 판매됐으며 방송 시작 10분 만에 동시간대 홈쇼핑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온·오프 통합 인적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핵심 전략들의 유기적인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 작업과 핵심 전략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슬로건처럼 ‘가전이 쉬워지는 곳, 롯데하이마트’로 자리매김하고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 달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