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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유라 사태 놓고 '윤후정파'와 반대파 충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11-18 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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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정유라씨 부정입학을 계기로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정유라씨 부정입학 배경에 윤후정 전 이화여대 명예총장의 '독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화여대에서 커지고 있다.

◆ 이화여대 윤후정 책임론 부상

18일 이화여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유라씨 부정입학 등의 책임을 지고 최경희 전 총장이 이미 물러났지만 최 전 총장은 아바타에 불과하고 막후세력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 놓고 '윤후정파'와 반대파 충돌  
▲ 윤후정 전 이화여대 명예총장.
윤후정 전 이화여대 명예총장이 막후세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전 명예총장은 20여 년 동안 명예총장을 지냈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이화여대 총장을 역임한 직후 명예총장이 됐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이사회 이사장을 맡다가 이사로 직함을 바꿔 명예총장과 이사를 겸해왔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윤후정 명예총장의 이화파괴와 대학행정문란 행위에 대한 사죄와 하야를 촉구하는 이화여대 평교수 선언’에서 “윤 전 명예총장은 봉건시대의 왕처럼 이화여대를 사유화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명예총장은 이화여대 내부에서 상왕 또는 대비마마라고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17일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런 갑작스런 사퇴는 교육부 감사를 앞두고 압박을 느낀 탓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의 한 교수는 교수협의회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려 “그동안 윤 전 명예총장은 학교의 모든 중요 결정 사안에 관여해 왔다”며 최 전 총장이 정씨와 관련된 일을 윤 전 명예총장의 승인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명예총장은 2010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할 때 박근혜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 “가모장적 지배체제 뿌리뽑아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화여대의 해묵은 파벌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교수들이 윤후정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충돌을 벌이고 있는데 반대파에 선 교수들은 대부분 장상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 놓고 '윤후정파'와 반대파 충돌  
▲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최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학사부총장인 송덕수 법학과 교수가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됐는데 그도 윤후정파로 알려져 학내 반발은 더 크다.

김혜숙 이화여대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이대 사태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비민주적인 재단 문제의 핵심은 윤 전 명예총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는 가모장적인 권위주의 방식으로 작동돼 왔다”며 “봉건적인 지배체제 개혁없이 이화의 새로운 미래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총장의 선출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 윤 전 명예총장이 총장 세습을 통해 수렴청정을 이어왔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화여대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출한 후보 중 1인을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그러나 교수협의회 교수들과 학생들은 직선제를 도입해 이사회와 교수, 학생대표가 모두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윤 명예총장은 학계에서도 존재가 큰 인물이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헌법학자로 호주제폐지를 위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화여대에 전 세계 여자대학교 최초로 공대를 유치했다. 많은 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내 이화여대의 규모를 확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이화여대의 성장에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인물이 공교롭게도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든 주범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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