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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기후총회 재원 협상 지지부진, ‘거대 개도국’ 중국·인도 책임 놓고 갑론을박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1-20 14: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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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기후총회 재원 협상 지지부진, ‘거대 개도국’ 중국·인도 책임 놓고 갑론을박 
▲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위치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회장에 붙어 있는 간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엔(UN) 기후총회의 폐막이 가까워지는데도 기후재원 협상에서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재원 기여 책임과 관련해 각국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중국과 인도 등 경제 규모가 큰 '거대 개발도상국'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22일 회기 종료를 앞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기후재원 의무 대상 국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조약으로 합의된 바에 따르면 현재 기후재원에 기여할 의무를 지고 있는 나라들은 서방권 선진국들 뿐이다. 

선진국들이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기후 대응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급격한 발전으로 경제적 체급을 늘린 중국과 인도 등 국가들도 기후재원 마련에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데다 기후재원에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능력도 갖췄다는 것이다.

현재 파리협정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으로 기후재원을 오히려 지원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 분류된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자고 합의한 조약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중국과 인도가 각각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세계 2위와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파리협정의 분류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가디언은 COP29 참가국들 사이에서 중국과 인도의 개도국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라라베 압바스 라왈 나이지리아 환경 장관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는 나이지리아나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같은 분류로 묶여선 안된다"며 "그들은 개발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나라지만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보다는 그 발전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성장 속도가 빠르고 경제 체급이 큰 개도국들도 별도로 분류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산나 무함마드 콜롬비아 환경 장관은 가디언을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분류는 이제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지금 우리가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리협정이 이같은 노후된 분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UN기후총회 재원 협상 지지부진, ‘거대 개도국’ 중국·인도 책임 놓고 갑론을박 
▲ 18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이런 주장에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서방권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것을 그만두고 기후재원 기여를 늘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기후재원에 이미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세계자원연구소(WRI) 내놓은 보고서가 언급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이 기후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에 지원한 금액 규모는 약 450억 달러(약 50조 원)에 달했다. 이는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국제적으로 가장 큰 기후재원 제공자 가운데 하나라는 증거는 넘쳐난다”며 “오히려 중국이 잘못한 점은 이 같은 점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공식성명을 발표하고 서방권 선진국들에 기후재원 기여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선진국들이 역사적 책임을 직시하고 개도국들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분하고 예측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재정 지원과 글로벌 기후행동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인도 언론 힌두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서방 선진국들이 인도와 중국 등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기후재원 논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힌두타임스는 인도 정부가 브라질, 남아공, 중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협의체 'BASIC'을 통해 기후재원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에너지 환경 및 물에 관한 협의회’의 바이하브 차투르베디 연구 펠로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인도의 1인당 연간 소득은 2800달러에 불과한데 미국은 3만5천 달러가 넘는다”며 “누구도 인도가 기후재원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고 있고 우리는 오히려 지원을 받아야 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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