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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엄포에 중국사업 고민 빠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내 생산 확대로 리스크 줄이나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4-11-19 15: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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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엄포에 중국사업 고민 빠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내 생산 확대로 리스크 줄이나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트럼프 차기 정부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 강화 예상에 따라 중국 반도체 사업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으로 중국 반도체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두 반도체 기업은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생산라인 조정이나 점진적 생산량 축소 등을 통해 점차 중국에서 철수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사업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상무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받아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 규제가 강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2025년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중국 수출 비중이 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당초 예정된 중국 우시 공장의 웨이퍼 연 57만 장 생산 수준의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대신 국내 이천 M14 공장, M16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곳이다.

또 기존 우시 공장의 10나노급 2세대(1y), 3세대(1z) D램 공정 라인을 4세대(1a)로 전환해 DDR5, LPDDR5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SK하이닉스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권에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이 해제돼, 공정 전환을 위한 첨단 장비 반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VEU는 사전에 미국 승인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만 지정된 품목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 제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7일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수출통제 수단을 병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출통제 대상 품목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운영에 따른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VEU는 미국 행정부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점진적으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중국에서 운영하던 공장 수는 지난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반도체 후공정 공장만 남아 있다.

또 2023년 기준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37%를 담당했는데, 이를 점차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보유 비유동자산도 2023년 1분기 15조224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10조1545억 원까지 대폭 감소했다.

중국 사업 외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설비투자 정부 보조금 지급이 축소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보조금 지급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트럼프 엄포에 중국사업 고민 빠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국내 생산 확대로 리스크 줄이나
▲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두 기업은 중국과 미국 사업보다 위험요인이 적은 국내 설비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뉴 리서치&디벨롭먼트- K(NRD-K)'를 건설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5조3천억 원을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할 청주 M15X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당초 2025년 11월 준공을 계획했으나, 준공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2025년 3월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는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공장 건축공사가 시작되고, 2026년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기반 조성 공사에 착수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중국과 미국 사업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중국 공장이 과거처럼 운영되기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생산 비중을 더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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