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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게임사 '정치적 올바름' 집착에 흥행 참패, 국내업계 '반면교사' 지적도

이동현 기자 smith@businesspost.co.kr 2024-11-1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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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서구권 글로벌 게임 개발사들이 최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에 매몰돼 신작 게임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민족, 성별, 성별, 성적 지향, 장애로 정의된 집단에 대한 공격이나 불이익을 피할 수 있도록 언어, 정책, 행동을 사용해야 한다는 신념을 말한다.
 
서구 게임사 '정치적 올바름' 집착에 흥행 참패, 국내업계 '반면교사' 지적도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8월23일 출시한 슈팅 게임 '콘코드'는 개발에 8년과 최소 3천억 원이 소요됐지만, 출시 2주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소니>

이를 놓고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소비층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본질적 재미와 최소한의 개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개발에 최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내용물이 기대를 밑도는 게임들이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슈팅 게임 '콘코드'는 이를 증명하는 트리플A급 게임의 대표적 실폐 사례로 평가된다.

일본 게임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인수한 미국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에서 8년 동안 제작한 콘코드는 올해 8월23일 출시돼 불과 15일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 게임은 개발사 인수 비용을 제외하고 최소 3천억 원이 개발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기준 동시접속자 수는 최고 697명에 그쳤다.

이에 SIE는 2024년 10월29일 파이어워크 스튜디오 인원 172명을 전부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이용자들과 전문 매체들은 "콘코드는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과 비교해 전혀 강점이 없다"며 "그 와중에 PC를 녹여내기 위해 캐릭터 성별을 미정(논 바이너리), 성전환자(트렌스섹슈얼)로 설정하고 캐릭터 디자인도 일부러 매력적이지 않게 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 개발사 '리플렉터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일본 게임사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가 유통을 맡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언노운 9: 어웨이크닝'도 수백억 원의 개발비를 들였지만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고작 285명에 머물렀다

10월18일 출시된 게임 개발에는 PC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컨설팅 회사 '스윗베이비'가 참여했는데, 이곳은 2천 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를 망친 전력이 있다.

실제로 이 게임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 '레딧'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한 이용자는 "실존 배우 안야 차로트라를 주인공 모델링에 사용했으면서도 외적인 미를 고의로 억제했다"며 "또 백인 남성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가 출시를 2025년 2월로 연기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도 등장인물 구성과 관련해 일본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그동안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역사와 시대적 분위기를 적절히 묘사한 점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일본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선교사의 노예였던 ‘야스케(흑인)’를 사무라이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또 개발진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인 주인공은 몰입이 안 된다”, “역사적 사실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으며 야스케와 관련된 기존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역사 왜곡과 인종차별 논란까지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에 PC 요소의 개입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학 연구자인 최태섭 작가는 2021년 11월 내놓은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라는 도서에서 신규 수요층 확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저서에서 "옛날에는 문화콘텐츠들이 서구 백인의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장을 넓히는 과정에서 항의를 받으며 점차 PC에 대한 인식이 형성됐다"며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을 소비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구 게임사 '정치적 올바름' 집착에 흥행 참패, 국내업계 '반면교사' 지적도
▲ 벨기에 게임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에 제작한 턴제 역할수행게임(RPG) '발더스게이트3'는 '정치적 올바름(PC)'을 게임 안에 적절히 녹여내 참신함과 재미 둘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스팀 페이지 캡처>

그는 "게임이 대중화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할 책임도 커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러한 생각을 게임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위한 장치들이 함께 적용돼야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치적 올바름을 적절히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이전에 재미와 개연성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게임업계에서 나온다.

김효남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가 2021년 7월 발표한 '게임에서 정치적 올바름 요소의 역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의 86%는 정치적 올바름에 반감을 드러냈지만 다양성 인정과 차별을 줄이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본연의 재미에 집중하돼 개연성, 시대적 배경, 전달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치적 올바름을 게임에 접목하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재미와 정치적 올바름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신선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사례도 있다.

벨기에 게임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가 2023년 8월3일 출시한 턴제 RPG '발더스게이트 3'가 대표적이다.

발더스게이트 3는 기본적으로 게임으로써 완성도가 탄탄한 작품인 데다 동성애, 인종문제 등 PC 요소가 충분히 녹아들 수 있는 세계관도 갖춰 거부감 없이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5대 게임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상(GOTY)'을 수상했으며, 1300만 장 이상 팔리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는 해외 게임사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출시 지역이 글로벌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이슈나 문화적 현상들도 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게임의 재미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국가의 이러한 흐름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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