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불확실성이 부동산 시장에 하방 요인을 더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 금리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많다.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떠올라 부동상 시장 상승 기대감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
8일 증권·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 당선이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해 국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기준금리 인하로 나타날 수 있는 경제 회복 및 부동산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당선 이후 부동산 시장에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2차 대세 하락”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부동산 관련 대출규모를 축소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경 부소장은 “부동산 수요는 가격에 탄력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현재와 같이 부정적 전망에서는 수요가 줄어든다”며 “2차 대세 하락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의 30~40%가량 낙폭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폭은 부동산 시장 수요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애초 미국이 금리 인하를 주도하면서 국내 금리가 동반 하락하고 부동산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왔다.
4월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2024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서 미국발 금리인하 여부를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꼽으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시점을 부동산 투자 기회로 삼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상황이 변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금리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란 예측이 늘어난다.
미국 대선 직후인 8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9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후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 서울 시내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금리 상승을 예상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선 이후 미 국채금리와 달러환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트럼프 정부가 정부지출을 늘리고 높은 관세 정책을 펴 인플레이션이 강화돼 연준의 금리 인하를 상쇄할 것이라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8일 크리스티 탄 프랭클린템플턴연구소 투자전략가는 미국이 장기 국채 공급을 늘려 단기 재정지출을 메울 것이고 이로 인해 장기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 금융당국은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금리 인하 정책에 제약을 받게 된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국내에서 해외자본이 급격히 유출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 자연히 부동산 수요자들의 심리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이미 내년 국내 부동산 시장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6일 건설산업연구원은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집값이 1.0%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이다”며 “9월 이후 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면서 올해 상반기의 가격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