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대형 인프라사업의 공사기간을 엄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올해 체코 신규원전 사업에서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역시 공기준수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철도사업만큼은 안팎의 사정이 작용해 공사기간이 늘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K-철도가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계획한 기간을 지켜 차질없이 공사를 완수하는 관리역량과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대통령도 강조한 한국의 경쟁력 '납기준수', 여전히 지연 잦은 철도 공사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이종국 SR 대표이사 사장이 9월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 철도 특별세션 '미래를 향한 철도'에서 환영사 및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8일 한국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부터 경북 문경까지를 연결하는 93.2km 길이의 중부내륙선이 11월 말 전 구간 개통한다. 2015년 착공한 지 9년 만이다.

중부내륙선은 애초 2021년 모든 구간 완공이 예정됐으나 사업진행이 늦어지게 되면서 2023년 말로 개통이 한 차례 늦춰졌다. 이후 2022년 충주와 문경 1.7km 구간에서 구석기시대 돌도끼, 조선시대 석관묘 등 다양한 유물이 발굴되면서 개통이 한 차례 더 연기됐다.

중부내륙선 건설 과정에서는 터널을 뚫기 위해 시공사가 선택한 나틈(NATM) 공법으로 인한 주민과 갈등도 발생했다. NATM은 화약을 이용한 발파를 통해 터널을 뚫는 기술로 원통형굴착기를 활용하는 TBM공법과 비교해 소음과 진동이 크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12월14일 개통이 예정된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도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대경선 또한 애초에는 2023년 개통이 예정됐었으나 열차 구매비용 현실화, 차량기지 실시 설계 결과 등을 통대로 상업비가 증액되면서 원래 계획보다 개통이 연기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A 경기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구간도 올해 말 개통된다. GTX-A는 애초 2023년 개통을 목표로 했으나 올해 3월 동탄~수서 구간이 처음 개통했다.

그나마도 삼성역 개통이 지연되는 탓에 일 평균 이용객이 8천 명 수준에 그치며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삼성역 개통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으나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이 지연돼면서 2028년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사정이 아니라 공사 도중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기 준수가 어려워진 철도사업 사례도 있다.

부산 금정구 노포역에서 경남 양산시 북정역을 잇는 양산 도시철도는 2018년 착공 당시에는 2021년 개통을 계획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주변 지역에서 지반침하가 반복돼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일어나 2026년 6월로 개통이 늦어졌다. 

최근에는 부산 사상하단선 경전철 건설 현장 인근에서 잇단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부산시가 사업 전반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사상하단선 인근에서는 2023년부터 11곳에서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두 차례 지연돼 준공이 2026년으로 잡혔던 사상하단선의 실제 개통 일자도 불투명해졌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경남 김해시 진례면을 잇는 부전-마산 복선전철도 2020년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개통 시기가 꼬였다. 터널 붕괴 사고로 침수 사고가 발생했는데 2022년 국정감사에서는 사고 이후 3년이 넘도록 해당 지역이 물바다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20년 6월 완공 예정이던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는 현재까지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2026년으로 개통 시점이 연기됐다. 부산MBC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2024년 10월11일 기준으로 해당 터널구간에서는 누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도 강조한 한국의 경쟁력 '납기준수', 여전히 지연 잦은 철도 공사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왼쪽)과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6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열린 '해외사업 공동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철도사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공사 지연 문제는 최근 해외 진출 행보를 확대하고 있는 K-철도에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여겨진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6일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해외 도로·철도 분야 공동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해외 도로·철도 교통 인프라 사업과 해외기관 연수 및 기술교육을 공동 추진하고, 상호 간 정보 교류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협력의 첫 일환으로 방글라데시 남부지역 최초의 도로·철도 노선인 ‘카르나풀리 복합교량 건설감리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참여의향서도 공동으로 제출했다.

코레일은 10월4일에도 삼성물산과 해외철도 공동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코레일과 삼성물산은 철도설계·건설 단계부터 운영 및 유지보수 자문까지 수행하는 통합관리 모델인 ‘EPC(설계·조달·시공)+O&M(운영유지보수)’ 사업을 발굴하고 해외 철도시장 진출을 위해 협력한다.

9월 열린 제12회 글로벌인프라협력컨퍼런스(GICC)에서는 역대 최초로 철도 특별 세션 ‘미래를 향한 철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이종국 SR 대표이사 등 철도 관련 기관 수장들이 모두 모여 해외 진출을 향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다만 해외 진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K-철도는 한국 건설기업이 해외 인프라 수주 과정에서 다른 곳과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철저한 공기 준수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공기를 준수한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정부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5·6호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하면서 ‘목표한 사업 일정 준수와 관련한 신뢰’를 가장 핵심 이유로 꼽을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체코 원전 수주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이 지니는 강점이 납기 준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어쨌든 납기일을 정확히 지킨다”며 “방산 무기를 인도하든 원전을 시공해서 키를 넘겨주든 약속한 시점을 정확히 지키는 나라라는 것이 한국의 굉장한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