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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에 가시화한 웨스팅하우스 리스크, 미국 대선 이후가 더 험난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10-31 16: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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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 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계약을 논의 중인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현재 미국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원전사업에도 입김이 커져 팀 코리아에 부담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떠오른다.
 
체코 원전에 가시화한 웨스팅하우스 리스크, 미국 대선 이후가 더 험난
▲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모습.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30일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는 체코 정부와 한수원 사이 진행되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계약 체결을 놓고 ‘일시 보류’를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 행사’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원전 산업 수출 길을 더 크게 열어나가며 원전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언한 몇 시간 뒤 이같은 조치가 나왔다.

체코 반독점사무소의 결정은 원전 수주전에서 팀 코리아의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의 EDF(프랑스전력공사),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내놓은 이의제기를 받아 들인 데 따른 예비조치다.

한수원은 체코 반독점사무소의 결정을 놓고 “진정 접수와 관련해 표준 절차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 협상은 기존에 정한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이의의 주요 근거로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문제는 꾸준히 한국의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내용이다.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수원을 향해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주장과 관련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14일 국감장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무관하게 우리가 독자적으로 신고하고 수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 원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기술로 연결돼 있다”고 대답했다.

황 사장의 발언은 한국이 웨스팅하우스와 합의 없이 독자적으로 원전 수출을 할 수 없다고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11월6일 미국 대선이 지나면 주요 산업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하면 한국 등 미국의 제조업에 경쟁 상대가 될 국가들을 향해 강도 높은 견제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6일 미시건주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에서는 법인세 인하 공약을 내세우며 “우리는 일본과도, 중국과도, 한국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맥배스터가 올해 8월 공개한 회고록을 보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나는 일화가 나온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취임 후 첫 방한 당시 헬기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지나며 “왜 미국에는 저런 것이 없느냐”며 언짢아했다. 맥배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미국의 제조업 상실을 되새기는 것보다 트럼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산업 부흥과 이에 따른 일자리 확대 등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지닌 상징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웨스팅하우스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의 라이벌로 유명한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1886년 세운 회사다. 가전제품부터 군수품까지 생산했던 첨단 제조회사였지만 현재는 원전 관련 특허권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 제조업 몰락의 상징과 같은 회사이기도 하다. 본사 역시 미국의 정치지형에서 대표적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니아 주에 위치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당시에도 중국이 웨스팅하우스의 인수를 시도할 때 막아낸 바 있다.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 강화 분위기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국의 국익 앞에서는 한 목소리를 낸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해리스 부통령도 반대 의사를 나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체코 원전에 가시화한 웨스팅하우스 리스크, 미국 대선 이후가 더 험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4월2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을 두고 한국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되짚어 보면 민주당 집권 때 미국이 보일 태도는 더욱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전 분야 협력 등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을 내놓았다.

워싱턴 선언에는 원전 협력과 관련해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이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주장에 힘을 싣는다면 임기 중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목표는 달성이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신규 원전을 계획하는 국가들로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체코 역시 최근 동유럽 지역에서 높아지고 있는 안보 불안에서 예외가 아닌 나라다.

한국은 체코에 이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폴란드 등 유럽 내 신규 원전 건설을 고려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수출을 노리고 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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