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4차례 유찰 끝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수의계약을 본격화한다.
그러나 이 공사에 단독으로 참여 의사를 내비친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국토교통부 사이 공사기간, 컨소시엄 구성 등 주요 조건 을 두고 여전히 시각 차이가 존재해 협상 진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사업자를 찾기 위한 수의계약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국토교통부 > |
15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날 조달청에 수의계약을 맺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9월27일까지 수의계약 수용 의사를 제출해야 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추가 협의를 위해 15일까지 기한을 연장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5월 첫 입찰공고 이후 5개월여 만에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천㎡(약 201만 평) 건설예정지에 공항시설, 항만외곽시설, 교량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는 10조5300억 원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지금까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출범, 여객터미널의 건축설계 착수, 교통망 전담팀 출범 등 관련 사업이 추진됐지만 부지조성공사 입찰은 4차례 유찰되면서 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참여 건설사가 없었던 1차 입찰공고 이후 2~4차 공고에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입찰해 유찰됐다.
정부는 마지막 4차 입찰공고가 유찰된 9월5일 이후 1주일 만인 9월12일 경쟁입찰 방식을 접고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조건을 두고 나온 이견 탓에 수의계약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국토부가 국가적 관심이 큰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추후 협상을 전제로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공사비만 10조 원이 넘는 공사에서 여전히 사업조건 협의가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기간 연장과 컨소시엄 구성 확대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기간이 현재 7년에서 9년으로 늘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육지와 함께 바다를 메워 만들 해상매립지반이 공존하는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
수심이 최대 100m에 이르는 바다를 채워 그 위에 활주로를 조성해야 해 난도가 높은 만큼 충분한 공사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가덕도신공항이 ‘2030 부산 세계엑스포(부산 엑스포)’ 유치활동과 겹쳐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했고 이에 맞춰 공사기간이 적용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굳이 공사기간을 촉박하게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공사기간과 연계돼 컨소시엄 구성 기준도 주요 협상 대상이다.
핵심은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3곳까지 참여를 허용하는 공동수급체 규정을 4곳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가 10대 건설사로 참여한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윤곽을 나타냈을 때부터 건설업계에서는 공사기간, 난도 등을 고려해 대형건설사 다수의 공동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건설현장의 숙련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형건설사의 추가 참여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업계 인력난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현재 10대 건설사 3곳으로는 숙련인력을 장기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배치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첫 공고의 공사기간 6년, 10대 건설사 공동수급 2곳은 매우 현실성이 부족한 조건이었다”며 “지금의 완화한 조건에서도 건설사들이 느끼는 리스크는 여전히 큰 편”이라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곧 기본설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설계에 관한 적격심사가 마무리되면 국토부와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공사비를 확정해 계약을 맺고 이후 실시설계, 착공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착공까지 남은 절차가 많은 상황에서 국토부와 부산시 등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2029년 개항 목표를 변경하지 않고 있어 무리한 사업진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박형준 부산시장이 1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정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진행한 부산시 국정감사에서도 개항 목표시점의 현실성을 놓고 지적이 이어졌다.
엄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착공이 빨라야 2026년 초에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 의원에 따르면 기본설계 6개월, 기본설계 적격심사 1개월, 실시설계 6개월, 실시설계 적격심사 2개월 등이 착공에 앞서 필요한 절차 및 최소기간이다.
이에 따르면 추가 잡음 없이 대부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최소 15개월이 소요돼 2026년 초 착공을 할 수 있다.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개항 목표시점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날 국감에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이 1년 늦는 만큼 부산 발전이 10년 늦는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기본계획에 잡힌 일정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