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는 10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금융감독청(OJK) 고위 당국자들을 모시고 ‘인도네시아의 K-금융: 생산적 현지화 전략’을 주제로 포럼을 연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중심국가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진출의 창구로 삼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포럼에 앞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의 활약상을 짚어보고 현지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K-금융 글로벌 확장 교두보 인도네시아, 많은 기회만큼 접근법도 다르다
② 인구 2억8천만 계좌를 잡아라, 4대 은행 각기 다른 현지화 전략
③ 산은 기은 수은 국책은행의 공략 3색, 국내 기업 인니 안착 이끈다
④ 신흥국 증권시장 격전지 인니, 맏형 미래에셋증권 필두로 증권사 진출 이어진다
⑤ 국내보험시장 대안은 인니, 삼성화재 KB손보 한화생명 사업 확장 활발
⑥ 인니 진출 여전사는 멀티플레이어, 할부금융 기반 사업 다각화로 활로 모색
⑦ 금감원-OJK 역사 깊은 스킨십, 10년 인연 속 금융사 진출 지원사격도 든든
⑧ [인터뷰]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안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위원
⑨ [인터뷰] 서정인 동남아 친선그룹 대사

 
[비즈니스포스트] 아세안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 세계 인구 4위의 대국, 세계 최대의 니켈 산지.

이처럼 무궁한 가능성을 내포한 인도네시아를 향해 국내 증권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신흥국 증권시장 격전지 인니, 맏형 미래에셋증권 필두로 증권사 진출 이어진다

▲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증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다만 인도네시아 증시 활황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이 겪는 경쟁의 강도도 치열해지면서 계열사 시너지, 과감한 인수합병 등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증시 시가총액은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연평균 1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3년 한 해 동안 성장률은 약 20%로 최근 들어 동남아 증시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냈다. 

인도네시아 증시 대표지수인 JKSE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도 4.2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율 2.29%를 크게 웃돈다.

이같은 증시 강세는 탄탄한 경제지표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4.2%의 양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는데 향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 중국, 미국, 인도와 함께 세계 4대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증권산업은 아직 개화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증권계좌 보유 비중은 현재 4.3%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GDP 대비 시가총액도 2022년 기준 48.5%로 태국(119.4%), 말레이시아(91.6%), 베트남(60.9%)보다 낮다.

인도네시아 경제의 향후 성장전망을 고려했을 때 증권시장의 잠재력이 풍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인도네시아는 1인당 GDP가 처음으로 5천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10년 내에 1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신흥국들의 과거 사례를 보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돌파하면 증권업이 본격 개화하는 이른바 ‘금융 성장기시장’이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개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생산기지의 핵심국가 역할을 맡으면서 금융 수요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풍부한 광물자원, 전기차 산업에서의 존재감, 탄탄한 무역과 투자의 흐름에 힘입어 인도네시아는 매력적인 투자처로서의 지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2024년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선호가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에서도 증시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을 돕는다는 청사진을 구축해 뒀다.

OJK는 구체적으로 2027년까지 시가총액 1만5천조 루피아(GDP의 70% 수준), 상장기업 수 1100개사, 일평균 거래금액 25조 루피아 등 목표를 제시했다.

이런 인도네시아 증시를 향한 국내 증권사들의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지점 총 72곳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10곳으로 약 14%의 비중을 차지했다. 1위인 중국(12곳), 2위인 미국(11곳)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BP금융포럼 in 자카르타 프롤로그] 신흥국 증권시장 격전지 인니, 맏형 미래에셋증권 필두로 증권사 진출 이어진다

▲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에 인도네시아 진출에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미래에셋증권 현지법인 사무실. <미래에셋증권>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현지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3년 현지 기업 E-Trading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진출했는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리테일 거래대금 기준 점유율 순위 1위를 차지했다.

KB증권도 올해 상반기 기준 현지법인이 순이익 31억1300만 원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년 전보다 약 77% 급증한 것이다.

이 밖에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현지 증권사인 칩타다나 인수를 통해 진출을 앞두고 있다.

다만 UBS, 제이피모간, CLSA 등 글로벌 증권사 및 현지 증권사들과 경쟁이 확대되면서 최근엔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2023년 3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의 거래대금 기준 순위는 미래에셋증권 6위, KB증권 14위, 한국투자증권 17위, 키움증권 38위, NH투자증권 41위 등으로 집계됐다. ‘맏형’ 미래에셋증권의 순위가 하락하면서 국내사들의 입지가 전반적으로 좁아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초기에 뛰어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경쟁사들도 덩달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면서 강점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에 디지털 기술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오프라인 영업망과 리서치 역량 강화를 통해 통합 증권사로 탈바꿈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금융(IB)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오프라인 지점을 30개 이상으로, 한국투자증권도 19개 지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증권은 은행,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보험 등 현지에 진출한 그룹사와 시너지를 활용해 현지 개인투자자 고객들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OJK의 규제가 강력한 인도네시아 증권업계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도네시아는 금융감독 체계를 구축⠂정비하고 있는 단계로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증권사들은 외국계라는 특성상 확보 가능한 고객 기반과 네트워크에 한계가 존재하므로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엽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신규 진출 및 자체 성장하려는 전략보다는 현지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인수, 합작회사 설립 등의 전략을 통해 고객 기반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