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 없는 도시의 하늘길, 도심항공모빌리티 내년 현실로 다가온다

▲ 교통체증 걱정 없이 도심 하늘길을 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1시간 거리를 20분 만에."

교통체증 걱정 없는 도시의 하늘길이 점차 열리고 있다.

안전성과 수익성 확보 등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부터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택시가 실제 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독일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제조업체 릴리움은 최근 미국 텍사스 휴스턴 공항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전기 제트기 '릴리움 제트'를 출시했다.

릴리움운 휴스턴에 본사를 둔 항공기 중개회사 EMCJET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6년부터 릴리움 제트를 고객에 인도하기로 했다. 내년 초 첫 시험 비행을 시작한다.

릴리움 제트는 36개의 전기 제트엔진을 장착한 7인승 항공기(조종사 1명 포함)로 최고 300km/h의 속도로 1회 충전 최대 250km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

앞서 지난 7월 릴리움은 항공 대기업 사우디아라비아그룹과 최대 100대의 수직이착륙 제트기를 인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사우디 현지 도입이 예상된다.

UAM은 eVTOL를 활용해 도심 내 주요 지점을 오가며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 기반 도심교통체계를 말한다. 

이에 앞서 세계 UAM 선도업체인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은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자사 최초 전기 에어택시로 도심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조비에이션은 UAM 개념을 정립한 우버 엘리베이트를 2020년에 인수한 곳으로, SK텔레콤이 1천억 원 넘는 지분투자를 한 회사다.

조비에비에이션의 eVTOL은 1회 충전으로 약 160km를 갈 수 있는 4인승 항공기다. 뉴욕 맨해튼에서 존F.케네디 국제공항까지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7분 만에 갈 수 있다. 내년 상용 승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월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도로교통국(RTA)과 에어택시 운영 계약을 맺고 내년에 시험 도입해 이르면 2026년부터 두바이에 에어 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키로 했다.

중국 UAM 선도업체 이항(EHhang)은 올해 4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EH216-S'의 생산 인증서(PC)를 획득했다. 
 
러시아워 없는 도시의 하늘길, 도심항공모빌리티 내년 현실로 다가온다

▲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의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가 지난해 11월 뉴욕 상공에서 시험비행을 진행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

이는 이항이 중국 민용항공국(CAAC)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UAM 대량 생산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속적 대량생산을 위한 승인을 받은 것을 뜻한다.

이항은 파일럿이 조종하는 일반적 UAM업체 eVTOL과 달리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으로 승객수송과 관광, 공중 물류 등에 투입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130km/h, 1회 충전으로 30km를 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239만 위안(약 4억4800만 원)이다.

국내에서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 관련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UAM 실증사업 'K-UAM 그랜드 챌린지'에는 현재 국내외 35개 기업으로 구성된 7개 컨소시엄이 참여 중이다.

현대자동차, 인천국제공항공사, KT,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K-UAM 원팀' 컨소시엄은 실증 단계에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오파브'(OPPAV) 기체를 우선 활용하고, 2028년부터 현대차그룹의 'S-A2' 기체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AAM(미래항공모빌리티)본부를 중심으로 항공용 친환경 파워트레인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독립법인 슈퍼널을 통해 2028년 시장 진출을 목표로 UAM 기체를 개발 중이다.

그룹은 경쟁사와 달리 기존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안전기준 조건들을 개발 초기부터 반영해 주요 시스템 설계·개발·시험·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이 연간 수백대의 작은 규모를 유지하다 급격히 성장하며 개화기를 맞는 시기를 2028년으로 보고, 이 때를 UAM 상용화 시점으로 점찍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 등이 구성한 'K-UAM 드림팀'은 미국 조비에비에이션의 'S4' 기체를 실증에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주도하는 'K-UAM 퓨처팀', 롯데그룹이 이끄는 '롯데 K-UAM 컨소시엄' 등 7개 컨소시엄은 실증 단계별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면 모두 UAM 상용화 우선권을 획득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UAM 산업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UAM 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구체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시는 내년까지 UAM 상용화 시범노선을 운영하고, 2029년까지 한강 등 주요 수변 공간을 중심으로 광역 노선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러시아워 없는 도시의 하늘길, 도심항공모빌리티 내년 현실로 다가온다

▲ 현대차그룹의 슈퍼널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최초 공개한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현대자동차>

2030년이면 서울 김포공항 일대에 UAM 이착륙장과 복합 환승시설이 들어선다.

최근 서울시는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 35만4천 m2 규모의 김포공항 혁신지구를 교통허브로 본격 개발한다고 밝혔다.

지하4 층~지상 8층으로 조성되는 '김포공항 도시재생 혁신지구'의 1블록에는 UAM 이착륙장과 복합 환승시설이 2030년 들어선다.

다만 UAM이 본격 상용화하기까지 넘어야할 고비가 적지 않다.

독일 UAM 선도업체 볼로콥터는 지난 7월 열린 파리 올림픽 기간 2인승 에어택시 한시적 정기 운항을 계획했으나, 안전 관련 우려로 인해 인증이 지연되면서 실현하지 못했다.

신재원 현대차 AAM본부 사장은 올해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UAM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이동수단인 만큼 UAM 상용화는 축적해온 개발 데이터 없이 항공용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수직이착륙 기체 등을 모두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도전적 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기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장도 지난 3월 열린 K-UAM 그랜드챌린지 기자회견에서 "도심에서 요구하는 UAM 안전 수준은 10억분의 1 사고율"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수직이착륙 항공기 기준에 맞춰 안전 실증 지표를 만들었고, 이 실증을 통과한 컨소시엄 만이 상용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과 관련한 비관론도 제기된다.

최근 블룸버그는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의 보고서를 인용해 "첨단 항공 이동수단에 투입된 글로벌 투자 규모는 2021년 만 해도 75억 달러(약 10조434억 원)였으나 2023년에는 13억 달러(약 1조7400억 원)로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UAM의 본격 상용화를 위해선 대량생산으로 기체 한 대당 제조 비용을 낮춰야 경제성이 나오는데, 단기적 수익 없이 이 단계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UAM 시장에 해마다 수십 억 달러가 투자되고 있지만, 대량생산과 무인 비행까지 도달할 소수 기업만이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로빈 리에델 파트너는 "UAM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 가운데 대다수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