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편중된 세금혜택 전기차 위기 키웠다, 캐즘 극복 위한 정부 지원 절실

▲ 한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육선을 위해서는 세제혜택과 구매보조금 확대 등의 적극적 정책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반도체에 편중된 세금혜택에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위기를 키우고 있다.

한국 수출구조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최근 일시적 성장 장애인 캐즘을 겪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각자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세금혜택인 투자세액 공제제도가 사실상 반도체 분야에만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기업들이 신청한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기술인정 신청액 약 51조 원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95%에 달하는 반면 전기차에 활용되는 이차전지 분야는 4.1% 그쳤다.

세제지원 효과가 반도체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천하람 의원은 이를 두고 "반도체 기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다"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장기적으로 다양한 국가전략기술을 균형 있게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제지원이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 미흡하게 이뤄지는 것은 가뜩이나 일시적 성장정체를 의미하는 캐즘을 겪고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의 일시적 성장 정체로 전기차 수요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은 이미 전기차가 대세가 됐지만 전기차 침투율이 10%에 그치고 있는 한국은 특히 큰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와 달리 중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정책을 펼쳐 올해 상반기에 해외시장에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확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정부의 지원확대에 힘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계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9% 늘리면서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파악된다.  

KAMA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글로벌 확장은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탄탄한 공급망을 포함한 우수한 전기차 생태계, 치열한 내수경쟁에서 성장한 로컬 브랜드의 약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0년 이상 구매보조금 제도가 지속하고 전기차 핵심소재 공급망을 앞서 선점하는 등으로 친환경차 산업 집중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캐즘을 겪고 있는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기존 전기차 구매보조금 제도에 더해 올해 4월과 7월 소비진작을 위해 ‘낡은 것을 신제품으로 바꾼다’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전기차나 가전 등을 교체하거나 신규 구매할 때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이구환신 정책은 자동차 판매 비수기인 여름철 전기차 판매에 힘을 보태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올해 8월 기준 11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급증했다.

추이둥수 중국승용차신식연석회(CPCA) 비서장은 9월11일 상하이증권보를 통해 “이구환신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정책의 효과에 따른 전기차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편중된 세금혜택 전기차 위기 키웠다, 캐즘 극복 위한 정부 지원 절실

▲ 2024년 8월6일 오전 5시 충남 금산의 주차타워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우리 배터리 산업은 최근 화재문제 발생으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를 겪으면서 이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해 배터리 정보공개에 나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는 데 애쓰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충전 중 충전커넥터를 통해 배터리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3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구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는 안전 정보에는 △전기차 자동차 고유번호(VIN) △배터리 팩 ID △배터리 충전정보(SOC)·열화 정보(SOH) △배터리 전압·전류·온도 등이 꼽힌다.

다만 전기차와 배터리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펼쳐야 전기차 캐즘과 포비아를 극복하는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24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콘퍼런스 행사’에서 “캐즘과 안정성 문제 등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런 국면에서 2012~2022년 한국과 중국의 정부 지출 예산이 7~8배 차이, 구매 보조금은 11배, 연구개발(R&D) 지원은 8배의 격차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정부 차원의 전기차 육성을 위한 구매보조금, 충전 및 안전인프라, 연구개발 지원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