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의 대표 경전철 사업인 위례신사선과 서부선이 2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급등한 공사 원가를 맞추는 사업비가 책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가 사업비 증액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염원인 두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례신사선·서부선 기약없는 지연, 건설사 '사업비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

▲ 서울시는 10월 초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제3자 제안 재공고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위례신사선 노선도. < 서울시 >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10월 초 이뤄질 ‘위례신사선 도시철도(경전철) 민간투자사업’ 재공고에서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14.7㎞ 길이의 경전철 노선이다. 위험분담형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rs) 방식으로 추진되며 공사기간은 6년, 향후 운영기간은 운영개시일부터 30년이다.

전날 마감한 위례신사선 민간투자사업 제3자 제안 공고는 1단계 사전적격심사(PQ)서류를 제출한 사업제안자가 없어 유찰됐다.

서울시는 8월16일 공고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사업비를 1조4847억 원에서 19% 오른 1조7605억 원으로 높였다.

앞서 6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이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철수한 만큼 민간투자사업 관련 지침에서 허용하는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사업비를 증액한 것이다.

이후 복수의 건설사가 사업참여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공사를 진행할 만한 사업비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른 자재비·인건비 등의 공사비가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올해 7월 130.10로 집계됐다.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2020년과 비교해 30%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1%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공고에서 증액된 사업비가 건설사들이 느끼는 공사 원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공사비가 보장돼야 실제 입찰 참여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바라봤다.

서울의 또다른 경전철 사업인 서부선 역시 공사비 갈등 탓에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서부선 민간투자사업은 은평구에 위치한 지하철 6호선 새절역에서부터 여의도를 지나 관악구 소재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16.2km 구간의 경전철 노선 건설사업이다. 현재 총사업비는 1조5203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서부선 민간투자사업은 위례신사선과 동일한 위험분담형 수익형으로 진행되며 공사기간은 6년, 운영기간은 30년으로 정해져 있다.

서부선 사업은 2021년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서울시와 실시협약을 위한 협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실시협약을 위한 사업비 증액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컨소시엄 일원인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잇따라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큰 장애물을 맞았다.

최근 서울시와 두산건설은 서부선 총사업비를 두고 의견 차이를 크게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2021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약속했던 2028년 개통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2030년 개통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교적 최근 개통한 경전철 노선들이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민간사업자들이 실시협약 단계에서 공사 원가를 더욱 꼼꼼히 따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9월부터 운행한 우이신설선은 당초 예측수요(13만 명)의 절반에 그친 하루 6만7천여 명이 이용했다.

이에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운영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쌓으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서울시는 사업방식을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에서 최소비용보전(MCC) 방식으로 변경하고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2022년 5월 개통한 신림선도 하루 평균 승객수가 사업추진 당시 예측치인 13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만5천여 명을 나타내고 있다. 신림선 운영사인 남서울경전철은 지난해 16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위례신사선·서부선 기약없는 지연, 건설사 '사업비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

▲ 서부선 경전철 노선도. < 서울시 >


위례신사선과 서부선은 각각 2008년 나온 위례신도시 택지개발사업 광역교통개선대책과 1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기대와 다르게 20년 가까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정부 정책에 맞춰 조만간 위례신사선 재공고를 통해 공사비 증액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경전철 사업들이 제 궤도에 오를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이 나온 뒤 이를 토대로 재공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곧바로 재정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변경한 것이다. 재정사업으로 전환하면 사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야 해 3년 이상의 기간이 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기재부의 발표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넘는 공사비 원가 증가분을 총사업비에 적정선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재공고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사비 증액이 유력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사회기반시설(SOC)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민간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사회기반시설의 적기 공급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다.

서울시는 전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10월 초 기재부 발표를 반영해 발표 직후 재공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위례신사선 재공고에서는 늘어난 공사 원가가 더 반영된 사업비가 책정될 가능성이 커 이를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미 오래된 사업인데다 최근 몇몇 건설사가 구체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한 만큼 적정 공사비가 확보된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사업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