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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자체 희귀의약품에 눈길, 허은철 '글로벌 진출' '수익성 확보' 차이 낸다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 2024-09-20 16: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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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일궈놓은 자체 개발 희귀의약품 제품군이 주목받고 있다. 

희귀의약품은 임상과 허가 단계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시장 진입자가 적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최근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제약사들이 많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녹십자 자체 희귀의약품에 눈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98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허은철</a> '글로벌 진출' '수익성 확보' 차이 낸다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구축한 자체 개발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이 희귀의약품 시장 확대와 함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상업화된 품목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들도 후속 임상 진입을 앞두면서 녹십자의 희귀의약품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일 제약사들이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녹십자가 국내 5대 대형 제약사 가운데 자체 개발 희귀의약품 신약 후보물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녹십자가 11개로 가장 많고 한미약품(5개), 종근당(2개), 유한양행(1개), 대웅제약(1개) 등이 뒤를 이었다. 

녹십자는 이미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와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 등 상업화된 희귀의약품도 5대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허은철 사장은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기업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도 희귀의약품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희귀의약품은 항암제 등 유병자가 많은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제약사들은 시장성 때문에 희귀의약품 개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희귀질환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 정부가 희귀의약품에 여러 혜택을 주면서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의약전문분석기업 이벨류에이트 조사 결과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850억 달러(약 256조 원)에서 2028년 약 2700억 달러(약 37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 규모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환자 수 20만 명 이하에 사용되는 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해 임상 시 세금 감면, 신속 심사, 허가 비용 감면, 동일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 허가를 승인받으면 7년간 독점권 인정 등 이점을 부여하고 있다.

단 출시된 치료제가 없거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더 나은 효능이나 안전성 등을 보여야 한다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희귀의약품은 개발에 성공하면 일정 기간 매출을 독점하는 동시에 제네릭(복제약)의 진입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사에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온다. 

높은 약가도 한몫한다. 일반적으로 약가는 환자 수와 반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업의 연구개발을 독려하면서 소수의 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적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허 사장이 희귀의약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런 배경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의 주력 제품인 혈액제제는 필수의약품으로 정부 차원에서 약가를 관리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상대적으로 고마진인 희귀의약품에 공을 들이는 것이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허 사장의 전략이 녹십자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품은 헌터라제다.

2분기 기준 헌터라제 가격은 3ml에 225만 원이다. 체중 1kg당 0.5mg을 주 1회 투여하게 되어 있고 연간 치료비는 1인당 약 4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터라제는 녹십자 수익의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녹십자 영업이익이 후퇴한 이유로 헌터라제 증후군 환자가 많은 러시아 등에서 전쟁으로 수입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녹십자 매출은 2022년에서 2023년까지 4.9% 줄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57.6% 감소했다. 
 
녹십자 자체 희귀의약품에 눈길,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984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허은철</a> '글로벌 진출' '수익성 확보' 차이 낸다
▲ 허 사장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고마진인 희귀의약품 개발에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자료에 따르면 헌터라제 매출은 2022년 712억 원에서 2023년 498억 원으로 줄었는데 특히 헌터라제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2%에서 57.8%로 줄면서 녹십자 영업이익도 함께 뒷걸음질했다.

국내 희귀질환 환자들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희귀의약품은 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희귀의약품도 국내보다 해외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녹십자가 노벨파마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산필리포증후군치료제 GC1130A는 5월 미국1상, 7월 국내1상, 8월 일본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녹십자와 한미약품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파브리병치료제 LA-GLA도 2일 미국 1상과 2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해당 의약품은 모두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받는 성과도 거뒀다. 
 
GC1130A은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으면서 승인 과정을 더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개발 단계에서 FDA와 자주 소통할 수 있어 임상 설계를 보완할 수 있고 승인 과정에서도 가속 승인이나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후보물질을 여러 가지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중복 지정을 받을 수 있는 점도 희귀의약품 개발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독일 데이터 플랫폼 스테티스는 “포트폴리오에 희귀의약품이 있는 제약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며 “연구개발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한 후보물질이 여러 개의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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