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철강산업 탈탄소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수소환원제철공법 확대와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실증 프로젝트도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기금을 적극적으로 확충해 철강산업 탈탄소화에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합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정책지원을 통한 탄소중립시대 철강 탈탄소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철강산업계가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기술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개발하려면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토론회는 기후솔루션이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과 함께 개최했다. 발제는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Hyrex) 추진반장 상무와 윤순진 원장, 그리고 김다슬 기후솔루션 정책연구원이 맡았다.
수소환원제철은 종래 철강 생산 방식인 고로 공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재로 사용하는 공정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하이렉스'라는 기술로 실현하고자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고로 공정에서 환원재로 석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석탄을 태우면 일산화탄소(CO)가 나오는데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 함유된 산소를 빼앗아 순도 높은 철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는 이산화탄소(CO2)로 변해 배출된다.
배 상무는 “포스코가 대한민국 탄소 배출에저 차지하는 영향도는 약 10% 정도 된다”며 “일단 수소환원제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현재 상용화돼 있는 기술들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절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까지 가는 중간 과정으로 전기로 공정, 파이넥스 공정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해당 공정들은 기존 고로 공정보다 적기는 해도 이산화탄소가 여전히 배출된다.
더구나 전기로는 순도 높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어 수소환원제철만이 현재 철강 탈탄소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환원제철로는 반응 과정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투입하고 환원재는 수소(H2)를 사용한다. 수소가 철광석 안에 있는 산소를 빼와 물로(H2O)가 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도 않으며 부산물로 순수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수소와 재생에너지가 모두 비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소환원제철로 생산한 철강은 전통 철강 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배 상무는 “고로와 비교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소 가격이 1킬로그램당 1달러까지는 떨어져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것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포스코가 저탄소 그린철강 제품을 생산했을 때 과연 시장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냐는 것”이라며 “저탄소 철강 제품을 비싸게 만들어 생산했을 때 수요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제품들이 실제로 쓰일 수 있도록 시장을 형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배진찬 포스코 하이렉스 추진반장 상무. <비즈니스포스트> |
이어 발제를 맡은 윤순진 원장은 포스코가 경제성 있는 수소환원제철 운영을 위해 국가가 나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발전사업 현황을 보면 늘어나는 석탄화력발전소 발전용량이 폐쇄되는 발전소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가 가용 국토를 모두 활용한다고 치면 국토의 1~2%만 있어도 탄소중립을 실천하기에 충분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철강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발전단지 조성 계획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육상 및 해상풍력단지와 산업단지를 연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기업별 산업단지는 인접한 곳이 많아 분산형 전력망이 실현된다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7개국 대비 한국 수소환원제철 경제성을 평가한 자료를 제시한 김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수소 가격 목표와 확보량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요 7개국은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브라질, 호주가 포함됐다.
김 연구원은 “한국은 현재 수소 단가가 브라질, 중국, 미국, 영국, 스웨덴보다 높은 수준인데 정부는 2030년 그린수소 단가를 3500원, 2050년 2500원으로 잡고 있다”며 “반면 대다수 국가들은 2030년까지 평균 2달러(약 2700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산업 확충에 나서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2050년까지 수소 가격을 1킬로그램당 1달러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철강 산업 대국 중에 유일하게 수소 가격이 1달러에 도달해도 고로 대비 수소환원제철의 경제성이 부족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환원제철로 운영에 들어가는 재생에너지가 국내에서는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기술이 상용화가 된다 해도 기술 운영비용, 사업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게 국내 수소환원제철 도입에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즈니스포스트> |
현장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연구개발 예산들이 대폭 삭감돼 있는 상태”라며 “올해 토론을 통해 내년도 연구개발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숙제이며 국회에서는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지혜 의원은 “수소환원제철은 포스코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철강산업을 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수소환원제철 지원에 인색한 국가로 지적된 바 있는데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