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인도네시아)=비즈니스포스트] 중앙 자카르타에서 남서쪽으로 약 35km에 위치한 남부 탕게랑에는 6천만㎡, 여의도 면적 20배에 이르는 대규모 BSD시티가 조성된다.

자카르타 시내로부터 교통체증을 뚫고 차로 1시간30분 가까이 이동한 BSD시티는 정갈한 모습을 갖춘 스마트시티로 구현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시티 분야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시장은 민간기업의 견인에 더해 신수도 이전사업 등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K-스마트시티 수출을 위해서 한국도 민관이 힘을 합칠 필요성이 떠오른다. 

◆ 인도네시아 민간 주도 스마트시티가 기회로, 시나르마스랜드의 BSD시티

BSD시티의 기원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홍보관(마케팅오피스)을 방문해서 받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마주했던 그 어떤 건물보다도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된 인상을 받았다.

BSD시티는 자카르타 광역권 남서부 남부 탕게랑에 위치한 신도시로 인도네시아 최대 부동산개발기업 시나르마스랜드(Sinar Mas Land)가 1984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계획도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거대한 신도시 프로젝트로 꼽히는 BSD시티는 4만 세대 이상의 주택과 45만 명이 넘는 인구로 계획됐다. 현재 3곳의 부지에서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BSD시티 개발은 현재 2단계 사업에서 80% 이상의 진행률을 나타내고 있다.

시나르마스랜드는 BSD시티를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시티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거주하고, 배우며, 일하고, 여가까지 즐길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홍보관에 들어서자 정면에 BSD시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모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높낮이의 건물과 함께 충분한 면적의 녹지가 함께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침 홍보관 한편에서는 BSD시티 개발에서 협력할 기술기업을 찾는 박람회 형식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기업 관계자의 열의가 BSD시티의 ‘스마트’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홍보관을 나와 BSD시티를 둘러보면 일반적으로 상상했던 도시 구조와 차이점이 느껴졌다. 구역별로 반듯반듯하게 나눠진 도시 구조가 아니라 곡선 도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BSD시티 홍보관이 위치한 단지 역시 10여 개 건물이 원형을 이뤄 자리잡고 있다.

다만 도시 조성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방문했던 주택단지, 도로, 공터 등의 정비가 필요해 보이는 지역이 많았다. 플랫폼(그랩)을 이용한 택시 이용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도로에서 마주한 버스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여느 신도시에서 나타나는 대중교통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BSD시티에는 이미 국내 건설사가 대형 쇼핑몰을 시공한 이력이 있다. GS건설은 2013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공사를 거쳐 BSD시티 내 이온(AEON)몰을 완공했다.

GS건설의 인도네시아 첫 건축 분야 진출사업이었던 이온몰은 서울의 어떤 쇼핑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스마트시티인 BSD시티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시나르마스랜드와 스마트시티 개발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상호 협력을 실제 사업으로 옮기기 위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시나르마스랜드는 삼성물산이 지닌 스마트홈 플랫폼, 모듈러, 신재생에너지 등의 기술을 BSD시티에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LGCNS가 11일 시나르마스랜드가 속한 시나르마스그룹과 현지 합작법인(LG시나르마스테크놀로지솔루션)을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시나르마스랜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BSD시티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 팀코리아 ‘투자개발사업’ 정부 지원, 신수도 이전 2단계 사업 기다려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시장은 신수도 이전사업 등을 계기로 공공부문에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관협력 투자개발사업(PPP)으로 잡힌 우리 정부의 해외 지원 방향성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바라보는 국내 기업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력 투자개발사업은 현지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단순도급 방식과 다르게 사업 초기 금융조달부터 지분참여, 기획, 설계, 시공에 이어 운영 및 관리까지 이행하는 방식이다.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수도이전·개발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 지원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같은 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정청)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수도이전협력 팀코리아’가 출범한 뒤 올해 6월 현지에 팀코리아 수주지원단을 파견하는 등 지속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팀코리아에는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이 다수 참여한다.

투자개발사업에 특화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도 인도네시아 팀코리아에 속해 기업들을 지원한다.

이미 정부는 2020~2023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6건의 ‘K-시티 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의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시장 진출을 지원해 오고 있다.

K-시티 네트워크는 정부 사이 협력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기본구상, 공무원주택 시범단지 예비타당성 조사 등 신수도뿐 아니라 자카르타, 바뉴마스 등 다른 스마트시티 사업까지 국내 기업들의 시장 진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올해도 해외 실증 사업을 통해 자카르타에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토지 및 부동산 관리 솔루션 사업이 진행된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이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WIKA)와 신수도 스마트시티 개발 및 자카르타 지하철(메트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이뿐 아니라 LGCNS, KT 등 건설업계를 넘어선 다양한 기업들이 MOU 체결을 통해 현지 스마트시티 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는 수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신수도 이전 2단계 사업 발주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시티 일감 확보에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신수도 이전 2단계 사업에 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사업 발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MOU에 머물렀던 협력이 실제 투자 이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팀코리아의 주축인 행정청의 김형렬 청장은 11일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 2024’에 참석해 인도네시아 공공주택사업부 관계자를 만나 신수도 이전 2단계 사업을 위한 국내 기업의 참여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주요 인프라 협력국 인사를 만나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게 돼 기쁘다”며 “수도 이전을 넘어 협력 범위를 인프라 분야 전반으로 확장해 협력국과 우리 기업 모두에게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 성장 잠재력 굳건한 인도네시아, 국내 기업 멀리 보고 기회 노려야

여러 장애물이 존재함에도 신수도법 제정 이후로 꾸준하게 이어질 신수도 이전사업을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스마트시티 시장은 우리 기업들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시티를 통해 현지 진출 기반을 더욱 다진다면 우리 기업들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세계 인구 4위 인도네시아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시장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에 더해 석유, 석탄, 가스, 니켈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녔고 아세안 국가로는 드물게 자유시장경제 체제와 민주주의를 갖춘 매력적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4월 인도네시아에 인공지능(AI) 인프라에 4년 동안 17억 달러(약 2조2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일을 예로 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2050년 세계 4대 경제 강국으로 거듭날 것이란 예측도 내놨다.

다만 우리 기업들의 장기적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생기반이 약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폭넓은 투자를 원하는 가운데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통해 자본 및 기술력의 유입을 원하고 있다. 건설산업으로 보면 신수도 이전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직접적 비용 투자 및 단순 설계·조달·시공(EPC) 방식이 아닌 운영까지 아우르는 등의 개발사업 형태다.

기업에는 장기적으로 더 나은 수익성을 챙길 수 있지만 사업의 리스크도 커지는 셈이다.

권오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자카르타무역관 차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재정지출 절감과 공공 서비스 질 제고 등을 위해 PPP 프로젝트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사업성을 확보하고 투자에 따른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사전조사나 법률, 금융, 보증 등 리스크 대응전략이 세밀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 차장은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정책은 도로 등 인프라 개발 등도 같이 수반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 사이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검토하고 투자를 병행하며 시장에 진출한다면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정부 부처 사이 협력이나 치밀한 정책 수립이 한국보다 다소 부족한 점, 사업 추진 때 정부 및 지자체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하는 점, 노동자 숙련도 등 현지 사업환경에 적응을 고려해야 하는 점도 우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본격 진출을 위해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효연 코트라 인도네시아 비즈니스협력센터장은 “인도네시아는 세세한 정책이나 여러 관행 등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라며 “그러나 일본 기업의 시장지배 속에서도 현지 생산과 이노베이션센터 건립 등을 기반으로 점유율 3% 벽을 넘은 현대자동차의 예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 산업의 일부가 되는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활로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