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회생' 가능성에 쏠리는 눈, 채권자 10만 명 감당할 투자자 '바늘구멍'

▲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티몬·위메프(티메프)가 회생에 성공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회생법원이 티메프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며 당장의 파산은 피했지만 채권액 규모 파악, 채권조사, 기업가치 평가 등 아직 많은 관문들을 통과해야하는 만큼 파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채무를 대폭 탕감하더라도 10만 명이 넘는 채권자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춘 투자자를 찾는 것이 티메프의 회생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유통업계 시각을 종합하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티몬과 위메프가 실제 회생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티메프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에 부합한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정산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며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생절차 개시를 기각하고 즉시 파산절차를 밟는 것보다는 조사를 거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티메프의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는 단지 법원이 티메프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고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티메프의 회생절차의 장애물로 채권단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티메프의 채권자 수는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우선적으로 채권액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채권자가 1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채권액 규모 파악에 많은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티메프의 경우 채권자 수가 많아 절차 지연 및 비용 등을 고려해 개시 결정을 송달 대신 공고 절차로 진행한다. 하지만 공고 절차를 대폭 축소한다고 해도 채권액 규모를 파악하는 데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티메프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대략적 채권 규모 파악이 종료되면 조사위원들의 기업가치 조사절차가 시작된다. 이때 조사위원들이 평가하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클 경우 티메프의 회생절차는 중단되고 파산절차가 진행된다. 
 
'티메프 회생' 가능성에 쏠리는 눈, 채권자 10만 명 감당할 투자자 '바늘구멍'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피해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자상거래 사망 선고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는 티메프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의 두 배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위원인 회계법인의 평가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티메프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은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메프가 여러 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생계획안을 마련한다 해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야 계획안을 시행할 수 있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채무 변제 및 영업정상화 가능성이다. 회생계획안에 구체적이고 현실적 수행방안이 담겨야 법원의 인가결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티메프의 채무와 경영정상화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티메프는 투자의향을 밝힌 사모펀드가 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ARS) 연장을 신청했지만 거절됐다. 현재 적자 수렁에 빠진 티메프에 충분한 투자처가 나타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티메프가 충분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해 회생계획안에 현실적 해결방안을 담지 못한다면 채권자나 담보권자의 동의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채권자들은 일부의 정산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회생을 바라고 있으나 회생계획안에 담긴 내용이 이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동의를 장담할 수 없다.

류광진 대표이사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회생 절차 및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빠르게 수행하고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기 전 채권자가 동의할만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목표가 있다”며 “티몬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생각보다 많으며 구체적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는 업체 2곳이 있다”고 전했다. 

채권자 동의가 없어도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강제 인가를 할 수 있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통상 강제 인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회생절차계속에 공익성, 수행가능성 등이 요구되는데 티메프 사태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이 회생 가능성을 낮다고 판단한다면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지 않고 폐지할 수도 있다.

만일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더라도 곧바로 회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티메프는 회생 계획을 수행하게 된다. 이 때 회생계획안에 기재한 채무변제나 매출 등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법원은 최종적으로 ‘인가후폐지’를 통한 파산선고를 내릴 수 있다.

결국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됐으나 티메프는 여전히 파산과 회생의 갈림길에 서있는 셈이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 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이며 10월10일까지 파악한 채권금액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2곳의 기업과 투자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확대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