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4-09-09 15: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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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발란이 판매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재무안정성과 관련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발란 입점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발란은 과거 입점을 거부했던 기업에 연락해 재심사를 통해 입점이 승인됐다는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발란이 보도자료를 통해 입점 파트너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란>
발란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자본잠식에 따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명품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과거 발란에 입점 신청을 수차례 거부당했던 업체들이 최근 발란에게 역으로 입점 제의를 받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이전과 비교해 발란 입점사로 가입이 수월해졌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전에는 판매자 가입이 거부당했으나 최근에 입점에 성공했다는 판매자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발란의 달라진 태도로 오히려 불안감을 호소하는 판매자도 일부 보인다.
일부 판매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발란에 입점 신청서를 제출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 이후 발란이 이전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주장들이 하나둘씩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입점이 완료된 판매자들뿐 아니라 입점제의를 받은 일부 판매자들도 발란의 태도 변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입점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발란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판매자들의 고민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발란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메프와 티몬 역시 감사보고서에 같은 평가를 받은 후 정산금 미지급 사태로 파산위기에 처한 점을 고려하면 판매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발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무제표상 자본총계가 –77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발란이 지속적으로 연간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발란은 2021년 186억 원, 2022년 374억 원, 2023년 100억 원 등 3년 연속으로 100억 원대 이상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4분기에 첫 분기 흑자를 냈다는 점은 다행인 지점이다. 하지만 상반기 흐름을 살펴봤을 때 2020년 이후 이어진 적자를 올해 흑자로 돌려세울 수 있을지를 놓고는 여전히 회의적 시선이 많다.
발란 관계자는 “입점 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품여부인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절대 타협을 보지 않는다”며 “다만 인력배치 등을 통해 입점절차를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판매자분들 입장에서는 입점이 수월해졌다고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입점 기준이나 입점 제의 여부 등과 관련해서는 영업단계의 사무라 정확한 사실파악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발란은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9월부터 에스크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방안 가운데 하나다.
에스크로란 결제대행사(PG)가 소비자들의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배송이 완료되면 대금을 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플랫폼의 정산금 유용을 방지해 판매자들의 정산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까지 결제대행사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제대금을 보관하는 결제대행사가 어느 곳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정산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판매자들도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 관계자는 “결제대행사가 미리 공개가 될 경우 수많은 판매자들의 문의가 들어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결제대행사의 요청으로 아직까지 어느 업체인지 공개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9월26일부터 에스크로 서비스가 시행되기 때문에 조만간 결제대행사가 어느 업체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근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발란과 관련해 일부 입점 판매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발란>
발란은 정산 안전성 강화와 함께 입점업체 증가 추세를 강조하며 판매자들에게 업계 내 발란의 안정성을 인식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발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20개의 입점업체가 증가했으며 매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커머스 미정산 사태 직후인 7월과 8월 두 달 만에 입점업체 수가 180개나 대폭 늘어난 것은 발란 플랫폼에 대한 판매자들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발란을 비롯한 명품 거래 플랫폼들은 현재 모두 혹한기를 겪고 있다..
명품거래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모두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되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명품보다 중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더욱 흥행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발란은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중고 명품 전문관 ‘프리 러브드’를 론칭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중고 명품 시장에서 젠테, 트렌비 등과 비교해 후발주자로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