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9월 ‘운명의 날’ 다가온다, 15년 여정 마침표 갈림길에 서

▲ 티메프의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 연장신청이 거부됐다. 사진은 8월30일 서울회생법원을 나서는 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회사 역사 15년 여정을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티메프는 현재 법원에 제출한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RS)과 관련한 연장신청을 거부당한 상태다. 추석을 전후해 회생절차 개시여부가 결정된다.
 
회생절차 개시가 승인된다면 회사의 생존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게 된다. 하지만 파산이 결정되면 티메프의 15년 여정도 막을 내리게 된다.

3일 서울회생법원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티메프가 피해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실질적 구제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티메프는 사모펀드 2곳에서 투자의향을 밝혔다며 법원에 ARS 연장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권자들의 요구사항인 정산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영향으로 판단된다.

티메프는 지속적으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주장해왔으나 결국 이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티메프는 회생신청서에 계속기업가치를 청산가치의 두 배 이상으로 기록해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는 2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티몬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천억 원 이상 높다고 주장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 역시 같은 날 위메프의 계속기업가치는 800억 원, 청산가치는 300억~40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추석 전에 티메프의 회생절차 개시 승인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티메프 자산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인 선정, 회생계획안 마련, 채권단 회생계획안 인가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티메프는 회생절차 개시가 승인되면 회생계획 인가 전에 외부 투자 유치 등을 통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류광진 대표는 국내 사모펀드 2개사에서 인수의향서를 받았다며 투자확약서를 받으면 해당 자금을 통해 티몬 정상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입점 판매자들 역시 파산보다는 회생을 바라고 있다.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우선순위 채무를 변제하고 나면 정산금을 받을 길이 전무하지만 회생개시절차를 진행한다면 일부라도 정산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이러한 사항을 고려해 부채를 대폭 탕감하고 회생절차 개시허가를 내릴 가능성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업계안팎에서는 적자 수렁에 빠진 티메프를 인수할 구원투수가 나타날지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나오고 있다.

티메프 인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부채 탕감이 필수적이다. 회생절차 개시가 승인되면 전체 채무의 상당부분이 탕감될 것으로 보이나 티메프의 미정산금은 1조3천억 원에 달한다. 일부 부채를 떠안는 것만 해도 재무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자 및 구매자들의 신뢰도가 바닥난 플랫폼의 인수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 역시 티메프 인수에 대한 불투명성에 힘을 싣고 있다. 새로운 주주가 나타난다고 해도 판매자들의 입점 가능성이 높지 않아 플랫폼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티몬·위메프 9월 ‘운명의 날’ 다가온다, 15년 여정 마침표 갈림길에 서

▲ 티메프의 회생절차개시가 승인된 이후 채권단이 계획안을 인가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피해자들이 구영배 큐텐 대표 구속 수사와 피해자 구제 대책 등을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일각에서는 티메프의 회생절차 개시신청이 기각되고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낮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티메프가 자체적으로 정산금을 지급할 능력이 부족한데다 인수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신청이 기각되면 그동안 유지된 자산동결과 강제집행금지 효력이 사라져 채권자들이 티메프를 상대로 개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티메프에 남아있는 자산이 거의 없어 입점 판매자들이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절차개시가 승인되더라도 티메프의 존속은 장담할 수 없다.

먼저 채권단이 티메프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지 않으면 회생절차가 중단된다. 물론 채권단은 정산금 지급을 일부라도 받기 위해서 회생을 지지하는 입장이 다수일 것으로 예상되나 계획안의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면 인가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티메프가 회생 계획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폐지돼 파산절차를 밟을 수 있다. 

티메프가 회생계획에 따른 채무변제를 시행하지 않거나 실적이 예정된 사업계획의 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회복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신청 혹은 직권으로 회생절차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2010년 설립돼 15년차를 맞이한 중견 이커머스 기업이다. 

티메프는 수년 동안 누적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탓에 이전부터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티몬의 누적손실은 2022년 말 기준 1조2644억 원, 위메프의 누적손실은 2023년 말 기준 7599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올해 7월초 위메프를 시작으로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며 7월 말 입점판매자들이 플랫폼에서 대거 이탈했다. 카드사, 결재대행(PG)사, 은행까지 제휴·연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현재까지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티메프는 피해자 구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