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 4월 기아에 이어 최근 현대자동차가 올해 'CEO 인베스터데이(CID)'를 통해 중장기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 전략이 구체화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해 투자 속도조절을 나서는 때에도 공격적 투자를 유지해왔다.
 
정의선 전기차 캐즘 돌파 전략, 현대차는 EREV로 기아는 보급형으로 대중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에도 투자를 지속해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EREV 등 대안 마련을, 기아는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본격화하며 중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새로운 대안 모색에, 기아는 싸고 품질 좋은 보급형 전기차 신차로 정면 돌파에 나서며, 기존에 세웠던 2030년 전기차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30일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발표한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종합하면 두 회사 모두 전기차 수요 정체가 관측되는 상황에도 기존에 세운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차는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CID)에서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200만 대를 판매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36%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캐스퍼 일렉트릭 등 경제형 전기차(EV)에서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현행 8종에서 2030년 21종까지 확대한다.

기아는 지난 4월 2030년 세계시장 전기차 판매 목표를 160만 대, 그 비중을 38%로 제시했다. 2027년까지 총 15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을 추진한다.

다만 올해 CID에서 현대차는 EREV,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출시할 단기 계획을 명확히 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캐즘기 돌파 전략이 뚜렷한 윤곽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EREV 시장에 본격 뛰어들 계획을 28일 처음 공식화하고, 구체적 관련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EREV는 전기차와 같이 전기로 바퀴를 굴리지만 내연기관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차량이다. 내연기관 엔진과 구동 모터, 배터리 등이 모두 탑재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비슷한 구성을 갖췄지만 내연기관 엔진이 차량 구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엔진이 발전기 역할에만 국한되고, 동력은 전기모터에서만 발생하는 만큼 EREV를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전기차로 분류한다. 현대차에서 발표한 전기차 중장기 판매목표 역시 EREV 판매량이 포함된 수치다.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의 진입을 막고 있는 핵심 요인으로 충전과 관련한 불편함과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여전히 비싼 전기차 가격을 꼽고 있다.

EREV는 이 두 가지 분야 모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주유와 충전을 동시에 하는 EREV는 1회 충전으로 9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배터리 사용량이 전기차의 30% 수준에 그치는 데다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하지만 변속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현대차는 PHEV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목표로 EREV를 개발중이다.

현대차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해 2027년 본격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북미 시장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SUV 차종을 투입해 연간 8만 대를 판매 목표로 잡았다. 중국에선 준중형 SUV 차종을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그 밖의 지역에 EREV 판매를 검토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EREV는) 내연기관차 완전 규제 이전까지 또 다른 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가구조와 확장성은 충분하고, 하이브리드차에서 보였던 수익성과 전기차에서 상품 경쟁력 두가지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전기차 캐즘 돌파 전략, 현대차는 EREV로 기아는 보급형으로 대중화

▲ 현대차가 개발중인 EREV 시스템. <현대차>

반면 기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높은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고 글로벌 전기차 캐즘 정면 돌파에 나선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모델은 최소 5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3만5천~5만 달러 사이 가격대를 갖춰야 한다는 구체적 구상을 갖고 있다.

기아는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최근 출시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수요 침체 돌파 전략의 또 다른 한 축은 하이브리드차 경쟁력 강화다. 

현대차는 준중형·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CID에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없었던 제네시스 브랜드에 전용전기차 GV60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는 기존 하이브리드시스템(TMED)보다 성능과 연비를 크게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MED-2)를 내년 1월부터 양산차량에 탑재한다. 첫 적용차량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 작년 목표치보다 약 40% 증가한 113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도 올해 6종인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2026년 8종, 2028년 9종으로 늘려 주요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올해 37만2천 대에서 2028년 80만 대로, 판매 비중은 12%에서 1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정체기를 맞아 관련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하는 가운데도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등 전기차 설비투자와 전기차 주요 신차 출시 일정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전기차 생산능력과 전기차 풀라인업을 바탕으로 중장기 전기차 목표를 실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목표로하는 2030년 EV 판매 목표인 360만 대는 작년 그룹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약 52만 대의 7배에 달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