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최근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공포증'이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화재에 관한 오정보 확산 차단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는 29일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불나면 전소돼야 꺼진다? 잘못된 정보 바로잡아야"

▲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화재에 관한 오정보 확산 차단에 나섰다. 사진은 경찰이 5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마친 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을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또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더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기아 측은 "전기차가 더 화재가 많이 일어난다는 생각은 오해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에도 틀린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실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고,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 진압 시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은 대표적 오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하지만,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아래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후반에 발생하기 시작해 적절한 화재 진화 매뉴얼 부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소방 기술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안팎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가 지하주차장 화재에 더 위험하다는 것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다. 피해 규모는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은 인접 차량 2대에 불과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합류하기 위해선 전기차 관련 잘못된 정보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