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호치민(베트남)=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 건설업계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활로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이자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떠오르는 것이 스마트시티다. 국내외 도시개발 경험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관련 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스마트시티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은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베트남의 사업환경과 문화가 한국과 달라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이미 경제 전반에 거쳐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양국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베트남으로 ‘K스마트시티’를 성공적으로 수출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 대우건설 ‘스타레이크시티’부터 현대건설·롯데건설·GS건설 스마트시티까지

대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스타레이크시티’는 애초에는 스마트시티가 아닌 한국형 신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었지만 스마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스마트시티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서호 부근에 위치한 ‘스타레이크시티’는 186만㎡ 규모로 주거·상업·행정·업무·교육·문화·의료 기능이 모두 모인 복합 신도시다. 

스타레이크 시티의 조성 계획에 따르면 도시가 완성됐을 때 중앙으로 지상 전철이 다니고 양옆으로는 순환도로가 지나게 된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과 항구도시 하이퐁으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 역할을 하게 된다.
  단지 내에는 베트남 주요 정부 청사도 들어서고 인근에는 외교공관 단지가 생긴다. 상업시설 구역에는 신라호텔, 오피스, 주상복합들의 조성이 예정됐으며 삼성R&D센터는 이미 입주해 있다.

스타레이크시티 주변엔 베트남 건설기술연구원, 군사기술아카데미, 정치대학원 등 베트남의 교육 중심지들도 자리 잡았다.

현지에서 만난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 청사가 들어서는 프로젝트를 외국기업이 맡게 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우중 전 대우건설 회장이 앞으로 하노이에서 최고의 요지가 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레이크시티는 현재 1단계 구역의 조성이 완료됐다. 2단계 구역은 아직 조성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토지 보상 및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베트남에 법인을 2개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스타레이크시티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THT로 2006년에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현지 법인인 대우E&C비나로 2017년에 설립했다. 최근 투자자 승인을 받은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컨소시엄에도 두 법인이 참여한다.

2006년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이 시작했을 때는 THT 법인에 5개 업체가 참여했다. 다만 사업이 지연되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대우건설이 2011년에 다른 업체의 지분을 전부 사들이며 100% 법인을 만들게 됐다. 베트남에 외국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은 많지 않다.

2012년에는 스타레이크시티의 착공식이 열렸다. 베트남에서 신도시 개발사업을 하게 되면 사업자가 50년 동안 운영권을 갖게 된다. 베트남 정부가 신도시를 보수,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재정이 없다 보니 사업권과 사용권을 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스타레이크시티가 베트남 현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도로가 연결되면서 기존에는 섬이나 다름없었던 스타레이크시티에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정부 청사가 들어서기로 결정되고 2021년에는 실제로 디자인 공모가 진행되자 스타레이크시티를 향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스타레이크시티에서는 스마트 가로등,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미디어폴 등의 스마트 기술들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스마트시티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사업 진행이 다소 더뎌졌다.

대우건설 외에도 여러 건설사들이 베트남에서 스마트시티 신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8월29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주요 민간 개발업체 ‘비텍스코’와 베트남 하남성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 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2023년 6월29일(현지시각)에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대건설·비텍스코와 베트남 하남성 내 스마트신도시 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KIND는 2024년 7월15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남성 인민위원회와 ‘베트남 하남성 스마트 도시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롯데건설과 GS건설은 베트남 호치민에서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베트남 호치민 투티엠 지구 5만㎡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의 쇼핑몰 등 상업시설, 오피스·호텔·서비스레지던스와 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투티엠은 베트남 정부가 하이테크 금융 중심 도시로서 기획하고 있는 곳이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 상하이 푸동 지역을 벤치마킹해 투티엠을 동남아 경제 허브로 개발하고 있다.

GS건설은 호치민에서 5km 떨어진 냐베현 350만㎡ 부지에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시티 ‘냐베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구상을 바탕으로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자이트가이스트 1-1지구에 자리 잡은 고급빌라 단지 ‘자이트 리버카운티’ 1단지의 분양을 진행하기도 했다. 자이트 리버카운티 1단지는 2022년 10월 완공됐다.
  ◆ 공산주의 사고방식에 더딘 행정 처리, 아쉬운 사업환경

다만 베트남이 대한민국 건설사들에 모든 것을 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것은 아니다.

공산국가로서 베트남에 뿌리내린 사고방식과 개발도상국의 더딘 행정 처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섣불리 사업을 전개하다간 밑 빠진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토지 보상 문제는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추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특성상 기업의 이익 심지어 외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인민의 주거를 빼앗는다는 개념이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대한민국처럼 적정 보상 금액을 일괄 책정해 주민을 내보낸 뒤 건설사가 임대아파트를 일정 부분 짓는 방식은 베트남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정책이다.

이외에도 베트남 정부의 도시 개발 정책들이 시범사업 단계에서 멈춘 것에도 인민의 주거를 빼앗고 편익을 취한다는 것을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 여기는 공산주의 사고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롯데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투티엠에서 진행하고 있는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의 진척이 더딘 이유도 결국 원주민의 토지 보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2024년 8월 기준으로 직접 찾아가 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2022년 기공식을 진행했음에도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풀밭이 무성한 상황이었다. 

베트남의 더딘 행정 처리도 신속한 도시 개발을 막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GS건설이 짓고 있는 냐베 신도시를 통과하는 송전선 및 송전탑은 애초 2019년에 해체하기로 예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냐베 신도시를 가보니 2024년 8월 기준으로 송전선과 송전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송전선과 송전탑이 GS건설 자산이 아니다 보니 우리 맘대로 해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다만 GS건설과 베트남 정부가 협의해 현재 송전선 이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설 작업이 마무리된 뒤 송전탑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 ‘지속 가능성’ 위해 ‘수익성’ 높여야, 스마트시티 연결로 ‘규모의 경제’ 구축 필요

개발도상국이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에서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떠오르는 ‘지속 가능성’ 문제에서 베트남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베트남 정부의 스마트시티 정책이 기술적 측면만을 중시한 탓에 도시 연결을 통한 규모의 경제 구축, 수익성 창출을 통한 지속 가능한 구조 마련 등에 소홀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의 신도시 개발 계획 자체가 어느 한 곳을 개발한 뒤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임의로 정한 뒤 마치 섬처럼 그곳만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베트남의 신도시는 자체적으로는 번듯한 도로를 갖추고 있으나 신도시와 신도시 사이의 연결성이 과거 수준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주변 도시의 기반 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에 도시 하나가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되려면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연결성의 부족은 스마트시티 자체의 수익성도 떨어트리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를 송출하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 미디어폴을 유지하려면 광고주가 매력을 느낄 만한 광고 효과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개발 진행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스마트 가로등도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려면 통행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에 실제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면 유지보수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베트남 전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신도시들이 제대로 작용하려면 연결성을 갖춰 스마트 기술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대우건설 관계자는 “하노이 스마트시티 신도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스마트시티 사이의 연결성,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며 “대우건설은 스마트시티를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킨 뒤 이를 다시 재투자하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플랫폼 구축 관련 사업 진행이 더딘 상황”이라며 “스마트시티 지속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체적 방안을 찾고자 다양한 방안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준 기자 (다음 편으로 이어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