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거 안정 및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매입임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8∙8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서만 11만 가구 비아파트를 매입임대하고 서울 신축 비아파트는 무제한으로 사들여 공공임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8·8대책 매입임대 확대 속도내는 LH, 저조한 실적과 부정적 시선 극복 과제

▲ 정부는 주택 공급확대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 대하기로 대책을 세웠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빌라촌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매입임대 사업은 기존 실적이 미진한 데다 높은 가격에 따른 과도한 재정투입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매입임대 정책이 서울과 수도권에만 편중된 데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정책목표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LH는 신축매입 임대주택 사업자 모집 공고를 시작하며 '8∙8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6일 만에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LH는 올해와 내년 2년 동안 신축매입 임대주택 공급 목표치를 기존 9만 가구에서 11만 가구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매입임대 정책은 전세사기 여파로 악화된 비아파트 공급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지역 비아파트를 LH 등이 대규모로 매입해 공공임대하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매입임대 정책을 내놓으며 "서울의 경우 빌라, 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인허가가 과거 대비 90% 줄었다"며 "서울 주택 공급의 절반을 차지하던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공급을 늘릴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매입임대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LH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특히 재정문제와 업무수행 부담 등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는 "LH가 한 채를 매입하면 30% 정도를 공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매입단가를 높이려고 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으로 재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매입임대 업무에 면책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한준 LH 사장이 최근 매입임대 관련 한시적 감사 면제 등을 언급하고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경남 진주시 LH 본사로 내려가 비슷한 취지에서 면책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LH가 서울 강북구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가 매입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어 적극행정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면책권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LH도 정부의 매입임대 사업 의지에 부응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LH 관계자는 “8∙8 대책에 따라 매입임대 실적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며 "세제∙금융 지원이 포함된 대책이어서 정책 실효성에 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LH는 이미 기존 4팀 87명 조직을 7팀 189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매입임대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매입확대전략TFT를 가동해 수도권 물량 매입도 신속하게 추진한다.

8·8대책 발표와 함께 정부가 매입임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그동안 매입임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1월4일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의 위험이 커지자 LH 매입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8개월 동안 9가구가 신청하는 등 정책 실적이 저조했다.

연내 LH 등이 구축 다세대∙다가구 1만 가구 이상을 매입하도록 해 민간임대를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발표했지만 관련 정책은 시행조차 되지 않았다.

LH는 연초 3만7천 가구를 매입임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7월까지 누적 실적은 2141가구로 5.8%에 불과했다.

LH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금융위원회에서 경매유예기간을 둬 물건이 나오지 않는데다 매입기준을 바꿨었기 때문에 실적이 저조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무제한 매입임대 정책의 효과를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론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세금을 제한없이 투입하면 지나치게 비싼 금액에 시행한 주택도 사들이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지조건이나 품질이 좋지 않은 주택도 사들이면 공실률이 높아져 사업성을 악화할 수 있다.
 
8·8대책 매입임대 확대 속도내는 LH, 저조한 실적과 부정적 시선 극복 과제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4일 신축 매입임대 사업자 공모에 착수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4일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의 확대방침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행 매입임대 방식에 따르면 시세대로 집을 사들이기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고 기존 집값을 자극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를 확대하면 정부가 돈을 푸는 대로 업자들이 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공급방식보다 훨씬 진행이 빠르다"며 "집값을 자극하는 효과도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5월 경실련은 LH가 매입임대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경매가 등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고 공실 발생으로 세금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LH는 "매입임대는 최대한 좋은 위치에 양질의 주택을 정당하게 제값을 주고 사는 개념"이라며 고가매입과 세금낭비 논란을 일축했다.

LH 관계자는 "신축매입약정 공고를 내면 건축업자들이 접수를 해서 요건을 따라 매입약정을 체결해서 짓게 된다"며 "그 뒤 감정평가를 거치고 가격이 적정한지를 2~3번 검토한 뒤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매입임대 정책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부동산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부가 서울지역에는 무제한 매입, 수도권은 22조 원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하는 반면 지방은 CR리츠와 보증한도 확대를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기로 해 차등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LH 관계자는 "수도권은 전세가격이 불안하고 전세난이 일어나는 상황인 반면 지방은 전세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다"며 "정책 우선순위를 둘 때 수도권에 전세사기가 많아 아파트 품귀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빌라 시장을 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