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뒤 100여일 동안 4월 총선에서 나타난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22대 국회 초반부터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끌었다.
다만 ‘민주당 단독 입법-거부권’이 반복되면서 민주당이 강조하는 민생정책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박 원내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법안을 통과시켜 ‘유능한 민생정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원내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오는 10일 취임 100일이 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른바 '명심'을 확실히 얻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5월 원내대표에 올랐다. 선출된 직후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부터 국민의힘을 향해 강공모드를 펼쳐 쟁점 상임위원회였던 법제사법위·운영위·과학기술방송통신위를 모두 확보했다.
박 원내대표의 공세에 국민의힘은 결국 민주당이 설정한 7개 상임위원장을 수용하면서 '상임위 독식' 비판도 피해갔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얻은 셈이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의 주도로 얻은 법사위와 운영위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청문회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안 여론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원내대표 스스로도 원구성 협상을 성과라고 짚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잘한 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국회법에 따라 신속하게 원구성을 완료한 것”이라며 “11개 민주당 몫 상임위는 개혁입법과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법안) 입법청문회·탄핵 청원청문회 등 국회가 가진 권한을 충분히 사용해 일을 함으로써 22대 국회가 21대 국회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박 원내대표는 새 원내지도부를 ‘개혁기동대’로 명명한 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채상병 특검법, 방송4법, 노란봉투법 등을 개혁과제로 꼽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상임위 운영에 이어 입법까지 속도전을 펼치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거부권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2대 국회에서 아직까지 실질적 입법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도 “거부권에 막혀 직접적 성과가 없는 것이 아쉽다”며 “누구의 책임이 더 있는지 따지기 전에 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명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
이재명 2기 지도부'의 원내사령탑으로서 박 원내대표는 실질적 입법 결과물을 보여야할 필요성이 크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200석에 못 미치는 상황인데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여야 합의 없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로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민생법안 논의와 여야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입법 성과를 위해 국민의힘과 명분 없는 ‘화해 모드’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오히려 대통령의 거부권을 활용해 민주당의 입법을 막는다면 끊임없이 개혁입법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민생·개혁 법안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법안들을 계속 발의할 것”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권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시점이 곧 나타날 것이고 거의 임계치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생과 개혁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추호도 두려움을 갖지 않고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민생법안 합의를 위해 특검법안 발의나 국정조사 추진 시점을 미루는 등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강도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에도 선을 그었다. 강력한 대여투쟁을 펼치면서 민생법안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게 박 원내대표의 구상이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왼쪽)와 김승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8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순직해병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은 이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연계해 수사 대상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올린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두 차례 폐기됐던 특검법안보다 수사대상을 늘린 더욱 강력한 특검법안이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관계 개선이나 협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채상병 특검법안 발의 시점 등 당내 전략적 고려를 묻는 질문에 “협치를 위한 야당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여당이 더 중요하다”며 “여당이 입법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한다”고 말해 국민의힘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1967년 인천에서 태어나 동인천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세동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 한미회계법인 등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2016년 민주당 소속으로 인천 연수갑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뒤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3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2022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당 지도부에서 활동해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