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쿠웨이트 원유 플랜트 수주전에 도전한다. 쿠웨이트 플랜트 시장은 규모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뒤이을 중동의 거대 시장이 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쿠웨이트는 한동안 주요 플랜트 수출 대상국에서 밀려 있었지만 최근 현지 정부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쿠웨이트 석유 플랜트 시장을 겨낭하고 있다. 사진은 걸프만 지역의 육상 유전. <연합뉴스>
12일 중동건설매체 미드(MEED)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쿠웨이트 국영 석유 업체인 쿠웨이트 오일 컴퍼니(KOC)는 최근 상류 분야(업스트림) 생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석유 프로젝트 세 건에 대한 입찰서를 발행했다.
입찰 규모는 적어도 14억 달러(약 1조93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번호 EF2059로 불리는 첫 번째 사업은 쿠웨이트 동부 지역에 SGC-II(Separation Gathering Centre-II)라는 시설을 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이 시설은 시추한 원유를 분리해내는 작업을 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원유 생산공정의 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다. 사업의 규모는 6억7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 입찰 회의가 7월30일 예정돼 있으며 입찰서 제출 마감일은 9월29일이다.
두 번째 전략 프로젝트의 계약번호는 EF2058로 두 개의 배수처리시설(EWDP) 구축을 뼈대로 한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7억16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사전 입찰 회의는 7월31일, 입찰서 제출 마감일은 9월17일로 예정돼 있다.
우리 건설사들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E&A, GS건설 등이 EF2058와 EF2059 모두 입찰참가자격을 획득했다. 해외업체로는 사이펨, 시노펙, 라센 앤 토브로 등이 입찰참가자격을 보유했다.
쿠웨이트는 2023년 7월 국가 산업의 포괄적 발전을 위한 ‘국가업무계획 2023-2027’을 발표한 뒤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웨이트 정부는 국가개발정책의 일환으로 하루 원유 생산능력을 현재 315만 배럴에서 2040년 400만 배럴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라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석유산업 개발에 투자된다.
쿠웨이트 정부는 2025년까지 약 440억 달러를 석유 탐사와 생산에 투입한다. 특히 원유 생산 부문인 업스트림 프로젝트에 약 270억 달러가 배정됐다.
쿠웨이트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6%(세계 7위)를 보유한 주요 산유국으로 전체 수출의 95% 이상이 원유와 나프타가 차지한다.
▲ 쿠웨이트 지도. <쿠웨이트 항만청>
쿠웨이트는 2015년(49억6천만 달러)과 2016년(33억1800만 달러) 한국의 제2위 수주시장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쿠웨이트가 대규모 발주를 넣지 않아 우리기업의 국가별 해외건설 수주액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해외건설협회의 수주통계분석에 따르면 중동지역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건설수주액 가운데 64%를 차지했지만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 집중됐다.
2024년 상반기 최대 수주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국내 기업들은 이 지역에서 모두 81억5400만 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카타르는 2위 미국(22억4900만 달러)에 뒤이은 3위(12억4천 만 달러) 시장이었다.
하지만 쿠웨이트 정부가 대규모 국가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기간산업 발전에 나서고 있는 만큼 그동안 미뤄뒀던 다수의 거대 프로젝트 발주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웨이트는 회계연도 2022/2023년 유가 급등으로 8년 만에 첫 재정 흑자를 기록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우리 건설사들은 쿠웨이트에 활발히 진출했다”며 “현지 시장에서 한국 기업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며 이는 우리 기업의 쿠웨이트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