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올해 또 최대실적 '예약', 이용배 고속철과 방산 수출로 성장에 날개

▲ 지난 9일(현지시각) 폴란드에서 진행된 신규 컨소시엄 합의서 체결식에서 양국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훈민 주폴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차관, 마르친 쿨라섹 폴란드 국유재산부 차관, 크리스토프 트로피니악 PGZ 회장. <현대로템>

[비즈니스포스트] 현대로템이 올해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최대 영업이익 신기록을 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현재 실적 확대를 이끌고 있는 K2 전차와 최근 첫 해외 수출 성과를 달성한 고속철의 수출 영토 확장을 통해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3조9713억 원, 영업이익 3203억 원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10.7%, 영업이익은 52.5% 늘어나는 것이다.

작년에도 회사는 방산 수출 확대에 힘입어 2013년 코스피 상장 이래 역대 최대치인 영업이익 2100억 원을 냈다. 

증권 업계에선 현대로템이 2분기부터 K2 전차 폴란드 수출 물량을 본격 반영하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폴란드 K2 매출 진행률 인식이 본격화됐다"며 "이런 진행률 인식은 하반기에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올해 매출은 3조9288억 원, 영업이익은 3299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하반기 출고될 (폴란드 수출 K2 전차) 38대와 더불어 내년 출고될 96대도 매출이 진행률로 반영됨에 따라 분기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긴급소요 및 폴란드형 K2 전차를 포함한 1천 대 물량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그 해 8월엔 이 계약 가운데 긴급 소요용 1차 인도분 180대를 납품하는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는 K2 전차의 첫 해외 수출로, 계약 규모는 4조4992억 원에 달한다.

폴란드 1차 계약분 180대 중 작년까지 28대를 인도했고 지난 3월 폴란드에 도착한 18대를 포함해 올해 56대, 내년 96대가 차례로 납품된다.

회사는 2025년 이후 진행될 폴란드 K2 2차 수출계약분 약 820대 중 1차 180대 공급과 관련한 이행계약 체결에 차질을 빚어왔다.

K2 전차 폴란드 1차 계약분은 국내생산 물량(K2A2)였던 반면 폴란드형 K2 전차(K2PL)를 생산·납품하는 2차 계약분은 현지 생산 물량과 기술이전 등이 포함돼 현지생산 물량 비중과 기술이전 비용 등을 놓고 현대로템과 폴란드 사이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지지부진했던 폴란드 2차 계약이 새국면을 맞았다.

이 사장은 현지시각 9일 폴란드에서 현지 국영방산그룹 PGZ와 K2PL 생산·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신규 컨소시엄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합의서는 지난달 만료된 기존 컨소시엄 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로, 양사는 K2PL 2차 이행계약 연내 체결을 위해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규모는 1차 계약분과 비슷한 4조5천억 원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오는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를 계기로 K2 전차 수출 2차 이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2차 수출 이행 계약의 연내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폴란드에 이은 K2 전차의 수출 확장도 노리고 있다.

루마니아는 노후화한 군 주력전차 TR-85M1 비조눌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전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체 수요는 240~300대, 약 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K2 전차는 루마니아에서 독일 레오파르트 2A8 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가격 경쟁력과 납기 기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엔 현지에서 K2 전차 사격과 기동 시범 훈련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마니아 K2 전차의 실사격 훈련은 계약 체결 전 무기 성능 평가 성격이 있어, 1~2년 내 수주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회사의 주력사업인 레일솔루션(철도) 부문은 2020~2021년 신규 수주 부진과 저가수주 물량의 영향을 받아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줄었다. 

작년엔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 매출(1조5781억 원)이 49%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 레일솔루션 매출(1조5536억 원)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레일솔루션 사업에서 올해 1분기 말, 전년 매출 기준 8년치가 넘는 12조7천억 원의 수주잔고를 쌓았다. 회사는 올 2분기에도 약 1조3천억 원의 신규 수주를 공시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국산 고속철도차량을 사상 첫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회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달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으로부터 2700억 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철도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국내의 KTX-이음(EMU-260)과 비슷한 250km/h급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총 6편성이 공급된다.

업계에선 현대로템의 이번 수주가 앞으로 해외 고속차량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만 국한됐던 고속차량 제작·운영 실적이 해외로 확장되면 앞으로 국제 입찰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K2 전차 수출을 진행중인 폴란드, 재건 사업에서 고속철도 도입에 강한 의지를 가진 우크라이나, 네옴시티 들어갈 철도차량 공급 관련 협력을 진행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회사의 고속철 추가 수출 국가 후보로 거론된다.

이 사장은 2년 연속 적자를 앞뒀던 2019년 말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그는 2020년 1월부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해 취임 첫 해인 2020년 8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