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김태년 의원의 반도체산업 육성 특별법을 비롯해 ‘경제와 민생 챙기기 입법’에 잇달아 힘을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각종 특검 정국을 주도하면서 강성 지지층인 '집토끼'를 지키는 동시에 경제와 민생을 챙겨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치적 외연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반도체·단통법·IRA '경제입법'도 고삐, 중도층 외연확장 적극적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27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민주당이 최근 발의하는 경제 및 민생 관련 법안의 내용은 국민의힘에서 내놓는 관련 법안보다 더욱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김태년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산업 육성 특별법안은 여당에서 발의한 반도체 지원법안보다 세액공제의 기간과 비율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반도체 분야의 세액공제기간을 6년 연장하는 방안인데 반해 김태년 의원의 법안은 10년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분야에 지원되는 세액공제율을 기존보다 10%포인트 인상하는 지원책도 들어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우리 기업들이 경쟁하는 미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 등이 국가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제1야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칫 민주당으로서는 반재벌 이미지만 부각하다가 정부의 지원책이 불충분해 국내 반도체 투자에 부진을 불러올 경우 거대 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역풍에 휩싸일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에서는 반도체특별법뿐만 아니라 통신비 인하를 위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논의에서도 국민의힘보다 민생을 더욱 적극적으로 챙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구입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책정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통신사들 사이의 보조금 경쟁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막는 ‘악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여야가 모두 단통법 폐지해 이동통신사들의 경쟁구도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 복지를 늘리겠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지원금 차별지급, 과다지급 등을 폐지하고 선택약정 제도 등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을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뿐 아니라 이동통신사에서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결합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단말기 자급제' 방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좀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사로서는 단말기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외에도 민주당에서는 박지혜 의원 등 55인의 의원이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공동발의하면서 경제 및 산업 활성화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국형 IRA법은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산업을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해 세액공제와 특화단지 지정, 인력양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국가에서 태양광이나 전기차 등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산업에 보조금 및 세액공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공동화 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민주당은 한국형 IRA법을 21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국내 산업 공급망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 반도체·단통법·IRA '경제입법'도 고삐, 중도층 외연확장 적극적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이와 같은 일련의 입법 추진은 각종 특검법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만 집중한다는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산업과 경제에도 관심을 쏟는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면 민주당이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최근 소폭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4·10 총선직후 4월 16~18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31%였으나 6월18~20일 실시된 조사에서는 28%로 4%포인트 하락했다. 큰 폭의 하락은 아니지만 중도층에서 20% 중반에 지지율이 멈춰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정책발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리서치연구업체 ‘한국사람연구원’의 정한울 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결과 평가 공개토론회’에서 “민주당은 이번 4·10총선에서 의석수 기준으로는 압승했지만 득표율 기준으로는 국민의힘과 경합세를 보였다"며 "앞서 2018년 지방선거나 2020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압승 뒤 정당지지율이 급락한 적이 있는 만큼 중도층 기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