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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체 배터리 수직계열화 한계 봉착하나, K-배터리 입지 더 커진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6-26 15: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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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체 배터리 수직계열화 한계 봉착하나, K-배터리 입지 더 커진다
▲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기술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기술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직계열화 시도가 잇따라 한계에 부딪히며 '기술 벽'에 맞닥뜨리고 있어서다. 

현재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진입해 국내 배터리3사도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업황 반등이 본격화하면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배터리 3사가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6일 배터리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완성차 업체들이 특정 배터리 공급처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배터리 직접 생산, 공급처 다변화 시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BMW가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던 20억 유로(2조9800억 원) 상당의 배터리 물량을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 매니저매거진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BMW의 주문 취소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볼트는 테슬라 전직 임원 2명이 2015년 설립한 배터리 업체다. 유럽 최초로 리튬이온 기반 2차전지를 자체 개발하고 제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노스볼트는 짧은 업력에도 폴크스바겐과 BMW 등 유럽 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70조 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하며, 본거지인 스웨덴에 이어 캐나다와 독일 등지로 생산공장 건설에 나서는 등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 이면에는 유럽 내에서 배터리 물량을 확보, 한국과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수급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노스볼트 지분 20%를 확보한 최대주주이고, BMW 역시 노스볼트에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 공급 다변화를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노스볼트는 품질이나 납기 측면에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며 계약 취소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생산시설을 갖춰 대규모 물량에 대응할 여력을 갖춘 삼성SDI가 노스볼트를 대신해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BMW가 노스볼트 물량을 전격 취소한 유력한 이유로 낮은 배터리 품질을 꼽고 있다. 

또 노스볼트가 대규모 주문량을 감당할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노스볼트는 스웨덴에서 단 하나의 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늘릴 채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완성 단계 전이다. 

전기차 시장의 선도업체 테슬라도 4680(지름 46mm, 길이 80mm) 원통형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이같은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제조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를 직접 생산, 전기차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4680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해왔다. 테슬라 측은 4680 배터리를 적용하면 기존 외부에서 공급받아 사용했던 2170(지름 21mm, 길이 70mm)보다 이론상 최대 50%의 원가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한 결과,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성능 향상 폭이 크지 않은 데다 충전속도와 생산단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율(정품 비율)도 매우 낮아 테슬라의 최근 수익성 악화에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배터리 직접 생산을 전격 중단하고, 기존 협력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4680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해온 LG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용 4680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매체 테슬라리티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 오창 ‘마더 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해 올해 8월부터 세계 최초로 4680 배터리를 대량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직 계열화 또는 공급선 다변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에는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배터리 산업의 특수성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제조는 화학 기술력을 기초로 하고,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각 그룹에서 오랜 화학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태생했다.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춘 완성차 기업이라 하더라도 앞선 화학 기술을 가진 배터리 업체와 기술 간극을 좁히기 어려운 이유라는 설명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해외 곳곳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는 점도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차별화된 포인트다. 

국내 3사는 북미와 유럽에서 현지 생산체제를 가장 잘 갖춘 배터리 기업으로 꼽힌다. 
 
완성차업체 배터리 수직계열화 한계 봉착하나, K-배터리 입지 더 커진다
▲ LG에너지솔루션이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건설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내 연산 60GWh 체제를 구축했고, 2025~2026년에는 북미에서만 연산 300GWh 넘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연간 전기차 50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시설이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도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통해 현재 연산 7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2027년까지 북미에서 연산 100GWh 가까운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괴드 1·2공장을 통해 연산 4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2025년 북미에서 연간 185.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코마롬 1·2공장을 통해 연산 17.3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는데, 헝가리 이반차 공장을 통해 연산 30GWh 생산능력을 추가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에만 아무리 빨라도 2년이 걸리는데, 공장을 짓는다 해도 가동률과 수율을 안정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해외 경쟁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생산성까지 정상화하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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