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내수 독과점 깨라, BYD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하반기 신차 공세 별러

▲ KG모빌리티의 전기 픽업트럭 'O100' 콘셉트카.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내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중국 BYD을 비롯해 KG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 등 국내 중견업체들이 하반기 잇달아 신차를 출시하며 내수 시장에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를 종합하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9.3% 증가한 45만4886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국내 완성차 점유율 91.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7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선진 자동차 시장 어디에서도 하나의 브랜드가 이처럼 높은 점유율 지닌 곳은 없다. 

'수입차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파는 브랜드인 토요타그룹의 점유율도 40% 수준에 그친다.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작년 연간 독일 내수 점유율은 약 39%, 미국 판매 1위 제너럴모터스(GM)의 현지 점유율은 약 17%를 기록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속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아자동차를 이듬해 현대차가 인수하면서 현대차-기아차-대우자동차의 국내 삼각구도가 무너졌고, 이 때부터 현대차와 기아는 국산차 가운데 7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내수 시장을 지배해왔다.

반면 내수 시장에서 2000년 25%를 넘어섰던 대우-르노삼성-쌍용차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18년 22%, 2019년 20.3%, 2020년 18.7%, 2021년 13.9%, 2022년 13.5%, 2023년 10.2% 등으로 지속 하락하다 올해 연간 10%선까지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1~5월 KGM, 르노코리아, 한국GM 등 국내 중견 3사 합산 누적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줄어든 4만591대에 그쳤다. 내수 점유율은 8.2%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내수 점유율 상승에는 중견 3사의 신차 부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XM3(옛 아르카나) 이후 4년 동안 국내 시장에 신차 출시가 없었다. 한국GM은 내수보다 수출에 방점을 두면서 말리부, 스파크 등을 단종하고 국내 생산 판매하는 차량을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단 두 차종으로 재편했다. 

특히 친환경차 전환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중견 3사의 친환경차 부재도 내수 판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그룹 외 국내 판매되는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르노코리아 아르카나 1차종, 국산 전기차는 KGM의 토레스 EVX와 코란도 EV 두 종뿐이다.

현대차그룹의 내수 독과점 심화는 자동차 업계의 연구개발, 원가 절감 등 혁신 노력이 무뎌지는 원인이 되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경영진 역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회사 내수 점유율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방 시장에서 치열한 품질·마케팅 경쟁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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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선 하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중국 BYD(비야디)가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업계에선 국내 소비자 사이 중국산 제품에 관한 선호도가 낮은 만큼, BYD가 국내 출시하는 전기차의 차종과 판매 가격이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BYD의 (중형 세단 전기차) 실 시리즈는 고급 모델이라 지켜봐야겠지만,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 같은 대중형 전기차는 품질 대비 가성비가 워낙 좋기 때문에 국산 전기차에 비해 500만~1천만 원 낮은 가격에 내놓는다면 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 차이가 나지 않으면 '메이드 인 차이나' 차량을 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BYD는 국내 출시 예정인 돌핀과 실에 관한 정부 인증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에서 실은 시작 가격 17만9800위안(약 3390만 원), 돌핀은 11만2800위안(약 215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중견 자동차 브랜드 역시 내수 판매 반등을 위한 신차 출시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올 3분기 출시를 예고한 토레스 플랫폼 기반의 쿠페형 신차(프로젝트명 J120)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브랜드 홍보 영상에서 모습을 내비친 'J120'을 보면 차지붕을 낮추고 뒷유리를 눕힌 쿠페형 실루엣을 갖추고 있다. 전면부는 내연기관차 토레스와 전기차 EVX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중앙의 주간주행등(DRL)과 리어램프 등 곳곳에 태극기의 '건곤감리'에서 따온 패턴을 적용해 디자인을 차별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내수 독과점 깨라, BYD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하반기 신차 공세 별러

▲ KGM 창립 70주년 홍보영상에 등장한 '토레스 쿠페' 모습.

KGM은 4분기엔 최초 국산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 명)도 국내 출시한다. 이 차는 토레스 EVX(73.4kWh)보다 용량을 높인 80.1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탑재하고, 토레스 EVX(433km)보다 한 단계 늘린 480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11월 출시된 KGM의 중형 SUV 전기차 토레스 EVX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3325대가 팔려 현대차 아이오닉6, 코나 EV, 기아 EV9, 니로 EV 등을 제치고 국내 전기차 판매 3위에 올랐다.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4년 만의 신차 '오로라1'(프로젝트 명)을 출시한다. 28일 개막하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첫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2022년부터 프랑스 르노그룹, 중국 지리그룹과 함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하이브리드 '오로라1'을 개발해왔다. 이 차에는 르노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볼보의 준중형과 중형 차에 쓰였던 CMA 플랫폼이 적용된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내수 점유율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으로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차 대부분이 현대차·기아가 만든 제품이라는 점이 꼽힌다. 오로라1은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SUV 차급에 속해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오로라1을 시작으로 매년 국내 신차를 투입하며, 부진했던 내수 판매 반등을 노린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