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공조는 산업계의 대표 협력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범현대가' 기업이 LG 계열사와 새로운 협력의 물꼬를 텄다. KCC가 석유화학업계 1위 LG화학과 도료부문 친환경 전환을 위해 손잡은 것이다.
 
'범현대가' KCC 친환경 도료에 진심, '범LG가'와 경쟁하며 협력 찾는다

▲ KCC가 범LG가 계열사인 LX하우시스와 건자재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과 도료 부문에서는 협력을 확대한다.


KCC는 '범LG가'인 LX하우시스와 건자재부문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기업이기도 해 이번 협력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28일 KCC에 따르면 LG화학과 친환경 도료 연구개발을 위한 다양한 원료 적용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날 업무협약을 기반으로 KCC는 LG화학이 제공한 이산화탄소 전환 또는 미생물 발효 기반의 원료로 친환경 도료 제품 개발에 나선다.

도료는 크게 접착을 위한 수지, 색을 내는 안료, 수명 및 작업효율을 높이는 첨가제, 물성을 결정하는 용제 등 크게 4가지 성분으로 구성되는 데 어떤 성분에 LG화학의 원료를 활용할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두 기업은 도료 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용을 중심으로 제품개발에 나선다. 자동차용 도료는 강판의 방청성(녹을 방지하는 성능), 내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외관의 심미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고기능성 제품으로 꼽힌다.

도료는 KCC가 주요 사업(건자재, 도료, 실리콘) 가운데 친환경 제품 개발에 가장 힘을 싣고 있는 부문이다.

KCC는 건자재부문에서 '주택 총시장 감소'를 리스크로 보고 당장은 내실을 다지기 위한 대응 전략수립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건설수주는 34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0% 감소했다. 민간과 공공수주 모두 가리지 않고 줄어든 것이다.

최근 극심한 업황 악화를 겪은 실리콘부문도 1년 만인 올해 1분기 영업이익(270억 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원가경쟁력 개선, 비용 통제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반면 KCC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도료 부문에서 수익성 위주의 판매전략 속 ‘신성장 동력 확보 및 해외 공략 확대’라는 사업확장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최근 실적에서도 이미 친환경 도료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KCC는 올해 1분기 도료부문에서 매출 4191억 원, 영업이익 546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0.8%, 영업이익은 169% 늘어난 것이다. KCC는 1분기 도료부문 호실적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선박용 및 건축용 친환경 도료 제품 판매 촉진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화학 업계 1위 LG화학은 KCC 도료의 친환경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업계 선두답게 기존 범용제품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를 가장 공격적으로,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친환경 소재 분야는 LG화학이 2021년부터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과 함께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분야다.

LG화학은 이번에 KCC와 협력을 통해 제공할 이산화탄소 전환 및 미생물 발표 기반의 원료 분야에서 최근 결과물들을 내놓기도 했다.

LG화학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거나 압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화학 원료 생산에 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얼마전 3월에는 코스맥스와 협력해 공장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적용한 화장품 용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미생물 발효 원료로는 GS칼텍스와 공동개발한 3HP(3-하이드록시프로피온산)의 세계 최초 시제품 생산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3HP는 식물성 유래 원료의 미생물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친환경 물질이다. 특히 바이오 아크릴산으로 전환돼 도료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KCC 제품 개발에 쓰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미 도료업계와 친환경사업에서 협력한 경험도 지니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삼화페인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나오는 원료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훈 KCC 중앙연구소장 부사장은 전날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양사간 협약을 통해 친환경 원료를 적용한 제품 개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LG화학의 탄소중립소재는 친환경성이 우수한 데다 제품 품질도 향상할 수 있어 KCC 도료와 시너지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범현대가' KCC 친환경 도료에 진심, '범LG가'와 경쟁하며 협력 찾는다

▲ 김상훈 KCC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왼쪽)과 이종구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이 23일 경기 용인시 KCC 중앙영구소에서 열린 '친환경 소재 및 도료 관련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식'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CC >


KCC와 LG화학의 협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KCC가 건자재업계에서 ‘범LG가’인 LX하우시스와 경쟁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KCC는 그동안 아크릴산 등 도료 원료를 공급받으며 LG화학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업무협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신제품 출시를 위해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자재업계 ‘빅2’로 꼽히는 KCC와 LX하우시스는 단열재, 내외장재 부문 등에서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특히 창호 부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KCC의 ‘클렌체(Klenze)’, LX하우시스의 ‘뷰프레임(VUE FRAME)’이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KCC그룹은 LX하우시스와 인테리어 부문에서 경쟁에 놓인 KCC글라스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LX하우시스는 도료 사업을 하지 않는다. KCC와 LG화학이 도료 부문에서 협력 고리를 마련하는 데에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LX하우시스(옛 LG하우시스)는 2009년 기존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고 지금까지 폴리염화비닐(PVC), 가소제 등 건자재 주요 원재료를 LG화학에서 확보하고 있다.

2021년 LX그룹이 계열분리 된 뒤에도 LG화학과 LX하우시스는 폐건자재에서 PVC를 추출해 다시 원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말 배터리 열폭주 지연소재(특수 난연 복합소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폭넓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KCC가 도료부문에서 꾸준히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KCC의 강점인 선박용, 자동차용 등 기능성 도료는 글로벌 시장에서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해 올해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도료 시장의 원재료 가격 약세가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