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사진)이 헤드헌팅회사를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커리어를 만드는 45가지 방법을 담은 새 책 '레벨 업 강한 커리어'를 출간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세이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를 이끌고 있는 신현만 회장이 '레벨 업 강한 커리어'를 펴냈다. 전작 '사장의 별의 순간'을 내놓은지 1년 만이다.
신 회장은 리더십과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계속 집필하고 있다. 그는 커리어케어를 설립한 이후 25년간 10여 권의 책을 출간해 ‘글 쓰는 경영자’란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현직 경영자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꼬박꼬박 1~2년에 한 권씩을 책을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1996년 '저축하지 맙시다'라는 책을 출간한 그는 기업 경영자로 변신한 이후 '입사 후 3년(2005)', '대한민국 인재사관학교(2006)',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해야 할 21가지(2007)', '이건희의 인재공장(2007)',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2009)', '능력보다 호감부터 사라(2011)', '보스가 된다는 것(2013)', '사장의 생각(2015)', '왜 출근하는가(2017)', '사장의 원칙(2019)', '사장의 별의 순간(2023'을 출간했다.
보통 사람들이 일생에 한 권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게 책이고 보면 그의 열정적 글쓰기는 그 자체로 평범하지 않다.
더구나 지금까지 내놓은 책들은 하나같이 적지 않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의 얘기에는 뭔가 귀 기울여 들을 구석이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글 쓰는 경영자인 신 회장을 만나 출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사장의 별의 순간, 사장의 원칙, 사장의 생각, 보스가 된다는 것 등 최근에는 리더와 경영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주로 써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입사 후 3년,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 같은 초기 저작의 흐름으로 돌아가 직장인을 위한 책을 쓰셨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저는 헤드헌팅회사를 경영하면서 줄곧 ‘인재’와 ‘경영’이라는 두 가지를 화두로 삼아 왔습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주제지요. 돌아보면 말씀하신 책 외에도 2017년에 출간한 '왜 출근하는가'와 2011년에 출간한 '능력보다 호감부터 사라'와 같은 직장인을 위한 책도 꾸준히 써왔습니다.
최근에 사장과 리더, 경영에 관한 책들에 조금 더 편중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경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예사롭지 않고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상량(多商量)할 수 밖에 없는데 그때그때의 생각을 정리한 걸 모으다 보니 여러 권의 책을 내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사장의 별의 순간'을 낸 뒤 여러 기업에서 대표와 임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던 중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의 독자였던 분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로부터 ‘직장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킬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 시대의 직원들에게 새롭게 들려주면 어떻겠느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동안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대변화들이 직장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 직장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해졌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재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대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전대미문'이란 수식어가 일상 용어로 등장한 극단의 변화 시대입니다. 사업의 크기가 글로벌 단위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매순간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들은 실패와 저성과에 대해 예전 같은 인내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사를 비롯한 기업의 여러 제도 변화는 바로 이런 상황에 연유합니다. 사람을 키워서 쓰겠다는 '한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진 겁니다. 기업들이 대졸 신입 공채 대신 경력자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거나 연공서열형 조직을 버리고 직무 중심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해고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직장인들 사이에는 직장이 나를 평생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인식과 불안감이 널리 퍼졌습니다. 자연히 직장인들도 회사에 자신을 맡기는 대신 스스로 생존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어떤 직장인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습니다. 기회와 조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이직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이직하려면 갈 곳이 있어야겠지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헤드헌팅회사를 경영하면서 저는 인재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얼어붙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추세대로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합니다.
특히 현재의 시스템에 익숙한 직장인들에게는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큰 위기입니다. 공연한 위기감 조장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 이번 책에는 "젊을 때부터 '커리어 자산'을 쌓으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습니다. 직장인의 노후 대비를 위하여 일찍부터 자산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만 '커리어 자산'을 쌓아야 한다는 것은 독특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어떤 의미가 담긴 말인지요?
"'커리어 자산'이란 말과 함께 제가 이 책에 처음 쓴 '커리어 근육'이란 표현도 유심히 보았으면 합니다.
몸만들기에 열중인 젊은이들은 농담 삼아 '지능이 나빠지는 것보다 더 피해야 할 일'이 근손실이라고 하더군요.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제일 무서운 신체 변화가 근육 이 빠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체의 근육은 몸이 제 상태를 유지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관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 근육이 약해진 사람은 자기 두 다리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커리어 근육은 자신의 의지대로 조직에서 진로를 헤쳐나갈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직장인이 커리어 근육을 키우면, 즉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꾸준히 축적하면 그 사람은 조직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 됩니다.
커리어 자산은 가족의 안락함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지탱하면서 조직 앞에서도 늘 당당할 수 있는 원천입니다.
이런 커리어 자산을 쌓는 것은 치밀하게 커리어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성공적 직장 생활이란 결국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입니다.
거창하게 얘기할 것 없이 '나는 적어도 이런 전문성을 길러 이 수준까지 올라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것이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그 차이가 그리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커리어가 도약해야 할 40대에 접어들면 커리어 자산 규모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집니다. 이런 지향점과 구체적 계획의 유무에 따라 커리어 자산의 규모가 바뀌고 다시 이에 따라 경력 경로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 '헤드헌팅회사의 업력과 데이터로부터 출발한 책'이라는 소개가 솔깃하게 들립니다. 이 책이 다른 커리어 관련 도서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점이 있고 어떤 점이 강점이라 할 수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데이터란 표현이 다소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어 밝힙니다만 제가 소개한 내용들이 고객사의 요청과 후보자들의 사정을 하나하나 확인해 수치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책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통계 숫자는 담겨 있지 않습니다.
다만 탤런트 비즈니스를 이끄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볼 때 요즘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은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이에 부응하는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사람을 찾고 경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정한 경향이 발견됩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제가 이끌고 있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축적한 정보 자산을 저의 언어로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커리어케어에는 100여 명의 전문 컨설턴트들이 5천여 개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인재를 추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과 인재에 관한 정보가 풍부합니다.
시중에는 커리어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과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어떤 사람의 성공담이나 주관적인 견해가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재 요청에 답해온 헤드헌팅회사의 집단적 통찰이 담긴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다른 저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생생함과 실제성이 있습니다."
- 많은 직장인들이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적성에 관한 고민은 신입뿐만 아니라 경력 있는 직장인들에게도 어느 날 문득 불현듯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적성은 직장에서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못할 때 내세우는 핑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힘들게 입사한 곳에서 원하는 직무를 맡지 못했을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도피하려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애써 작업한 결과물이 성과가 신통치 않거나 큰 실수를 저지른 경우에도 ‘어쩌면 나는 이 일이 맞지 않는지도 몰라’라거나, ‘이 일은 내 적성이 아니었을지 몰라’라면서 방황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직장인도 처음부터 손만 대면 다 성공시킬 수는 없습니다.
명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짜내고 공을 들이는 과정, 즉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내는 과정을 거듭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이것을 더욱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과 아직 덜 익숙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고 적성에 생각이 잡혀 있으면 몸은 성년이지만 마음과 행동은 체구에 걸맞게 자라지 못한 ‘피터팬 증후군’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적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 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는 이들은 적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적성을 발견하는 데에는 우연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므로, 우선은 현재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이 헤드헌팅회사를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커리어를 만드는 45가지 방법을 담은 새 책을 출간했다. <세이코리아>
- 직장인의 궁극적 목표는 '월급'과 '승진'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월급을 택하자니 원하는 직급을 못 얻게 되고, 직급을 택하자니 월급이 적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직장인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월급과 직급, 직장인이라면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입니다.
이 책 곳곳에서도 둘 사이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가 여럿 소개돼 있습니다. 물론 처해 있는 상황과 개인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급여는 직급에 수렴합니다.
급여를 구성하는 여러 조건 중 기본이 되는 것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의 권한과 책임입니다. 기업이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이유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이죠. 더 큰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이에게 그렇지 않은 이보다 적은 급여를 제공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일시적으로 급여의 정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직급에 맞게 오릅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직자에게 급여는 어떤 식으로든 맞춰주지만 직급 만큼은 까다롭게 결정하는 이유를 떠올리면 답이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커리어에 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급여를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을 '직장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직장은 공간 개념만으로 이해될 곳이 아닙니다.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는 곳으로 그 의미를 한정해서도 안됩니다. 직업이 자신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면, 직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스승이 있는 학교이며 도량으로 이해돼야 합니다.
커리어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 커리어 경로를 밟아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상투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커리어에 관한 한 정답은 언제나 '현재의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자리가 언제나 자신의 커리어 목표에 부합할 수 있도록 힘쓰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지난 25년 간 직장인을 위해 써온 모든 책에서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노파심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레벨업 강한 커리어'는 이직을 부추기는 책이 아닙니다.
스스로 단단함을 갖추지 못한 직장인들을 반길 곳은 세상에 없습니다. 이 책의 독자들이 대체불가의 강한 커리어로 어떤 조직에서든 살아나 창대한 미래를 도모하길 기원합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