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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기업들 블룸버그에서 독립 추진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8-04 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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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 금융기업들 블룸버그에서 독립 추진  
▲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이 블룸버그 메신저를 대체할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쓰는 비용 부담이 커진데다 보안문제까지 고려한 탓이다.

과연 금융사들이 지난 수 년 간 월가를 지배해온 블룸버그의 영향력에서 독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블룸버그의 메신저 프로그램을 대체하기 위해 스타트업인 ‘퍼조(Perzo)’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퍼조는 암호화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들도 퍼조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등의 은행들과 헤지펀드회사인 매버릭캐피탈이 함께 거명됐다.

메신저 프로그램은 금융사들에 매우 중요한 도구다. 투자자들에게 주식이나 채권 가격대가 얼마인지를 알리고 앞으로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메신저 프로그램이 사용된다.

현재 월가를 지배하고 있는 메신저는 ‘인스턴트 블룸버그’란 이름의 블룸버그 메신저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축적한 방대한 양의 금융 관련 정보를 기반으로 금융사들에 금융 관련 뉴스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수년간 블룸버그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블룸버그 메신저 사용료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사용료가 2만 달러나 돼 금융업황 부진과 정부규제 등으로 비용감축 압박을 받는 금융사들에 큰 부담이 된다.

반면 이번에 투자설이 제기된 퍼조는 메신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폐쇄적인 블룸버그 메신저와 달리 오픈소스 시스템이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자체 시스템에 맞게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메신저 프로그램만 따로 사지 못하고 관련 시스템 자체를 통째로 구입해야 하는 블룸버그 메신저보다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블룸버그 메신저를 대체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보안문제 때문이다. 메신저를 통해 주고 받는 정보 대부분이 민감한 금융정보인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블룸버그 기자들이 주요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엿보며 취재에 활용했다는 ‘블룸버그 스캔들’이 터지면서 블룸버그는 신뢰를 잃게 됐다. 당시 기자들이 무단으로 접속한 고객 명단에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도 있었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내부적으로 ‘배블(Babble)’ 혹은 ‘바벨(Babel)’이란 자체 메신저 개발을 추진중이었다. 하지만 스캔들이 터지자 골드만삭스는 탈 블룸버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에서 이미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등이 블룸버그에 종속된 상태를 벗어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가에서 블룸버그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도 많아 사실상 블룸버그 메신저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사용자 수는 무려 32만 명이나 된다. 경쟁사인 톰슨 로이터에 비해 12만 명이나 많다. 지난 수년 동안 월가를 지배하고 있는 블룸버그의 영향력은 애플 아이폰 출시 전의 블랙베리에 버금간다는 말도 나온다.

댄 돌레프 제프리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는 깨기 매우 어려운 생태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며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일 것”이라고 말했다.

퍼조는 인터넷전화 서비스업체 스카이프에서 부사장을 지난 데이비드 걸리가 2012년 9월 창업한 신생기업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시절 윈도우 메신저 개발에 참여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본사를 둔 퍼조는 뛰어난 보안성을 갖춘 메신저로 유명하다. 삼중 암호화 시스템으로 전송되는 모든 메시지와 이메일, 파일을 해커로부터 보호한다.

퍼조는 미군으로부터 군용 보안 등급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정식출시된 지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기준으로 7천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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