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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계열사 기업공개 '잔혹사' 끊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순항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 2024-04-26 15: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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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계열사 기업공개 '잔혹사' 끊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순항
▲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HD현대마린솔루션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맨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HD현대 그룹은 계열사 IPO를 진행하다 중도에 상장을 철회하거나, 논란에 휩싸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매듭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이 25~26일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총 235만3393 주 모집에 약 6억 주의 청약이 들어오며 22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통해 모인 청약 증거금은 약 25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게 될 예상자금이 32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상장한 14개 기업이 총 4700억 원 가량을 조달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액수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선박 수리업체나 개조업체 중 현재 투자 가능한 상장사는 극히 제한적인데,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한다면 가장 확실한 선박 환경규제 수혜주가 될 것”이라며 “세계 주식시장에서도 거의 유일한 투자 종목으로, 프리미엄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이번 상장은 잡음이 많았던 이전 HD현대 계열사들 IPO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과거 HD현대 그룹의 HD현대오일뱅크는 대외환경 불확실성을 이유로 세 번이나 상장이 무산됐다. 또 지난해에는 HD현대삼호중공업의 IPO도 철회한 바 있다.

HD현대삼호중공업이 상장을 추진할 당시 중국의 저가 선박 공급이 늘어나면서 조선업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상장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는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자 상장 기한을 연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17년부터 추진했던 삼호중공업 상장을 지난해 1월 포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회사 딜레마’에 빠져 세 번의 상장에 모두 실패했다. 정유회사는 특성상 유가와 증시, 국제 정치 등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2021년 국제유가 상승에 회사가치는 15조 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3년 업황이 불투명해지며 6조 원까지 하락했다. 갑작스런 유가 하락과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에 동종업계 주가 하락을 이어졌고, 끝내 HD현대오일뱅크는 상장을 철회했다.
 
HD현대 계열사 기업공개 '잔혹사' 끊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순항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 1월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HD현대마린솔루션의 해양 데이터 솔루션 ‘오션와이즈’(OceanWis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은 조선업 훈풍을 타고 순항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3~4년치 선박 건조 일감을 쌓아두고 있다. 게다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고부가 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도 늘어났다. 조선업 수익성을 나타내는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 지수’는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째 상승해 3월 말 18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선박 부품·서비스, 친환경 선박 개조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도 호재를 맞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조4305억 원, 영업이익 2015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매출(2403억 원)은 약 6배, 영업이익(546억 원)은 3.7배 뛰었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해양종합솔루션 회사”라며 “사업 성장세로 봤을 때 향후 5년 안에는 최소한 최근 매출의 2배 이상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가치가 커진 HD현대마린솔루션이 HD현대로부터 분리돼 상장되면 ‘지주사 저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주사 저평가란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 계산되는 것을 우려, 지주사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이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당시 HD한국조선해양의 비상장 자회사였던 HD현대중공업이 상장에 나서면서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1% 가량 하락했다. 당시 지주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주주들은 중복상장에 피해를 받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8일 논평을 내고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이 HD현대 기업가치 감소로 이어져 소액주주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HD현대 측은 과거 HD한국조선해양의 상장 때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주사에서 분리된 상태로 설립돼 7년간 성장해왔고, HD현대가 60% 가량 지분을 소유한 회사”라며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있을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지주사 가치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HD현대 계열사 기업공개 '잔혹사' 끊나,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순항
▲ HD현대 경기도 성남 글로벌 R&D센터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관계는 HD현대와 HD현대마린솔루션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동일한 회사였다”며 “동일한 회사가 물적분할 이후 비슷한 시기에 상장했기에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하락은 중복 상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유럽연합(EU) 반대로 실패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HD현대마린 상장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경영승계를 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HD현대마린솔루션에 큰 공을 들인 만큼, 이번 상장으로 받게 되는 배당금을 통해 양도세와 증여세를 감당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너 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기업"이라며 "따라서 배당도 없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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